"우와- 문 열렸다!"지난 26일 오후 5시 대구문화예술회관. 추적추적 비가 오는 가운데 대극장 출입문이 열리자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오후 6시로 예정된 공연(대구음악제-청중과 함께 하는 음악회)을 보려고 한시간도 넘게 비를 맞고 서 있던 수백명의 중·고등학생들이 한꺼번에 달려든 것이다. 놀란 문예회관 직원들이 서둘러 보조 출입구를 열었지만 아우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학생들은 '좋은 자리'가 아닌, '팸플릿'을 얻기 위해 로비를 떠날 줄 몰랐다.
"이거 음악성적에 반영되는 건데요!" 대구시내 10여개 중·고등학교에서 단체로 몰려온 학생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팸플릿을 가져가서 선생님께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 준비된 팸플릿 700여 장은 일찌감치 동났지만 좌석(1118석)을 차지하지 못한 학생들까지 막무가내로 로비를 점거했고, 주최측은 급히 '출석표'를 만들어 나눠줬다. 이날 소비된 출석표는 총 1천여 장. 족히 500여명은 공연도 보지 않고 출석표만 받아 돌아간 셈이다.
학생들이 갑자기 공연장에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올해부터 현장 학습을 확대하기 위해 공연을 직접 관람케하는 수행평가를 실시하라는 게 교육부 지침입니다. 학생들 반응도 좋구요" 모 여중 음악교사의 설명이다.
26일 공연은 공짜인데다 공연시간도 오후6시(다른 공연은 보통 오후7시30분)로 수업 종료시간과 맞아 떨어져 학생들의 '구미'를 한꺼번에 당겼다. 교육부와 중·고등학교 음악교사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 주최측의 노력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날 현장학습을 통해 과연 무엇을 배웠을까?
"공연 도중에도 내내 정숙한 분위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진지하고 성숙한 관람태도를 배우는 것도 중요한 공부일텐데……" 이날 공연을 끝까지 지켜본 문예회관 관계자는 못내 아쉬움을 표했다. "음악이 아름답다는 걸 느끼고 돌아간 학생들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요?"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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