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여고 학생들의 주인잃은 성금

입력 1999-05-29 14:51:00

"선배 언니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후배들의 슬픔은 아직도 교정을 맴돕니다. 이제 우리가 모은 정성은 언니처럼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친구에게 전하려 합니다"

대구 효성여고(교장 박종하) 학생들에게는 지난 19일, 모진 병마를 끝내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고 이유임(계명대 국제학부 미국학 전공)양의 비보가 26일에야 날아 들었다.

병상에 누운 선배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이 한창이던 학생들의 갸륵한 마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던 학교측이 이씨의 사망 소식을 늦게 알렸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을 2주 앞두고 몹쓸 병으로 쓰러진 이양이 6년전 효성여고를 졸업한 선배인 것을 이 학교 학생들이 알게 된 것은 1개월전. 유임양과 여고 동기로 모교에 재직 중인 이모 교사의 이야기를 통해서다.

학생들은 즉시 총학생회의 주관으로 외로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를 돕기로 하고 지난 1일부터 전 학년 각 반마다 모금함 하나씩을 만들었다. 10원짜리 동전에서부터 1만원권 지폐에 이르기까지 25일 동안 모은 금액은 130여만원.

용돈을 털고, 떡볶이와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돈도 모금함으로 밀어넣었다. 3학년 9반 학생들은 학급비 5만원을 몽땅 내놓기도 했다. 혈액이 필요하다는 소식에 너도나도 헌혈에 나서 헌혈증서도 218매나 모았다.

25일 성모의 날 미사봉헌 때까지만 해도 그동안 모은 성금과 헌혈증서를 들고 선배언니를 찾을 생각에 가슴 뿌듯했던 학생들은 다음날 이씨가 이미 유명을 달리한 사실을 알고는 허탈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었다. 주인잃은 모금함을 들고 일부 학생들은 눈물을 삼켰다.

"동창회에서 모은 300만원의 성금은 유임 언니의 유족에게 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언니처럼 가정형편이 어려운 백혈병 환자를 도울 겁니다. 저 세상으로 간 언니도 우리의 뜻에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총학생회장 홍인재양은 1천500여 전교생들의 애틋한 정성을 담은 성금과 헌혈증서를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경명여고의 한 학생과 매일신문사가 벌이는 '기쁜날 이웃사랑' 의 백혈병 환자 돕기에 성금으로 내놓을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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