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학교'는 있으나 '교육'은 없다

입력 1999-05-27 14:56:00

5월의 신록과 싱그러움이 주는 희망과는 달리, 우리 교육계는 현재 엄청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학교는 있으나 교육은 없다'는 말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교단은 상처투성이이고 교권이 땅에 떨어진지는 이미 오래다. 이제 교원들은 한평생 제자 키우는 긍지 하나로 지켜온 교단을 회한과 참을 수 없는 굴욕감만을 안고 떠나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를 사회규범의 최상위에 두고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던 전통의 미덕은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 시점에서 나는 감히 말한다. 오늘날 이와같은 교단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은 다름아닌,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보편적인 진리, 즉 상식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러한 모습들은 우리 교육계 여기저기에서 다양하게 발견되고 있다.

첫째, 현 정부 지도층의 교육에 대한 철학의 빈곤을 들 수 있다. 교직은 고도의 지식과 전문성 그리고 정신적, 도덕적 모범을 요구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일반 노동직과는 분명하게 구별되어야 한다.

둘째, 지나치리만치 경제논리에다 교육을 접목시키려 한 것이 잘못이다. 그런 생각들은 앞으로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

셋째,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교육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정치논리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예견되는 교원 단체간의 갈등과 분열의 책임은 바로 정치권의 몫임을 명심해야 한다.

넷째, 정부는 교육부 장관의 임명이나 정책 입안자들의 구성에서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다섯째, 교육의 주체를 학생이라고 착각하고 있는데도 문제가 있다.

여섯째, 현정부는 정치지도자의 경우와는 달리 교원의 연령에 지나치게 부정적 시각을 취하고 있다. 교육, 학문, 예술 등의 전문직종은 연령이 높을수록 그 원숙도가 더해지는 것이 정신문화의 세계이다.

마지막으로 교육부는 언론과 여론을 기가 막히게 잘 이용해 왔다. 바로 이 부분에 우리 모든 교육자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철학의 빈곤은 그 시대 가치관을 몰락시키고 사회 전반을 황폐시킨다. 지금처럼 정부가 교육을 경시하고 교원을 경시하는 정책을 계속하는 한 우리의 교육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이제 교원들로 하여금 정신적 자부심을 갖게 하는 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이 무너지면 나라가 망하고 만다. 정부나 교육계, 국민 모두가 차분히 현재를 반성하고 제자리로 돌아가 보편적 진리 즉 상식이 통하는 우리의 교육을 복구하기 위해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이학무

대구시 교원단체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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