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원 '중선거구' 반응

입력 1999-05-26 15:56:00

여권이 25일 4자회동을 통해 정치개혁안을 확정하자 대구.경북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야협상없이 선거법이 단독처리된 전례가 없는데 여권의 뜻대로 선거구제가 변경되겠느냐'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중선거구제를 염두에 둔 지역구 활동으로 전환하고 있다.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해 왔던 중진급 의원들이 '선거구제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미리 서두를 것 있느냐'며 선거법협상을 지켜보겠다는 비교적 느긋한 입장인 반면 지명도가 낮은 초선급 의원들은 인근 지역구와의 통합가능성을 저울질하면서 학연과 지연 등을 통한 잠재적 지지자 탐색에 나서고 있다.

대구의원들은 일단 선거구제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다른 지역구를 침범하지 말자는 묵계를 바탕에 깔고 있다. 중선거구제를 염두에 두고 조기에 조직확장에 나설 경우 상대후보를 자극, 공천경쟁에서부터 혈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회창총재가 출마한 송파갑재선현장에 지역 의원들의 모습이 자주 보이는 것도 공천경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신경이 날카롭다.

또 중선거구제가 될 경우 인구가 적은 중구(10만)와 남구(14만)를 자신의 지역구와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등 이중적인 표정도 노출하고 있다. 인근 지역구의원의 동정에 대해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북에서는 인구가 적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역구의원들이 중선거구제를 반대하고 나섰다. 신영국의원(문경-예천)은 이날 '중선거구제는 누구를 위한 선거제도인가'라는 개인논평을 내놓고 소선거구제 고수입장을 거듭 밝혔다.

기업체를 경영하는 경북의 한 의원은 오는 6월부터 기업 이미지광고를 내보내기로 했다. 중선거구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될 정도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경북중부권의 한 초선의원은 이날 보좌진에게 인근 지역구의 향우회와 동문들을 챙기라고 지시했다.

여권의 정치개혁안에 대한 당의 대응방식에 대해서도 중진과 초선의원의 입장은 달랐다. 박종근의원은 "야당의 기반을 잠식하려는 제2의 유신과도 같은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지만 한 중진의원은 "당론결정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입장을 표출하겠다"며 논란을 예고했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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