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녀검찰' 오명만은 벗도록

입력 1999-05-26 00:00:00

신임 박순용검찰총장의 임명을 놓고 법조계 안팎에선 '파격발탁' '발탁중의 발탁' 이란 평을 내리고 있다. 이건 사시(司試)8회인 박총장이 선배기수인 5~7회를 모두 제치고 기용된 건 보수성향이 짙은 검찰인에선 보기드문 이례적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총장의 어깨는 그만큼 무겁고 처신이 퍽 부담스러울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전임인 김태정법무장관의 입각을 놓고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거부반응이 '임명철회'에서 제2의 국회탄핵으로 몰고 갈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김태정법무가 검찰총장시절 '정치검사'의 표본이란 비난과 함께 표적, 편파수사의 시비로 말썽이 끊일새 없었던 걸 문제삼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는 국회의 탄핵사유 대상까지 올랐던 인물인데다 대전법조비리여파로 불거진 '심재륜항명'에 이은 평검사들의 서명파동의 표적이 됐던 인물을 다시 법무장관으로 기용한건 '정권안보' 또는 '내년 총선용'으로 그를 적절히 쓰겠다는 복선이라고 야당은 주장하고 있다.

이런 복잡다난한 검찰내외의 상황에서 박총장이 기용됐기에 앞으로 그의 처신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짐작된다.

사정이 이런 만큼 젊은 박총장에게 거는 기대 또한 크다는 점을 유력해야 한다. 우선 박총장은 2년 임기내에 시대적 소명이자 검찰의 명예를 지킬 '검찰의 중립'을 확고히 이룩해 놓을것을 고언한다.

물론 그는 취임회견에서 검사들이 그 중립성을 지키려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고 자신은 그 분위기를 적극 조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말의 행간에는 젊은 검사들의 용기에 기대를 걸고 그 밑거름이 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앞으로 그 결과는 지켜볼 따름이다.

다음으로 검찰개혁인데 이는 검사가 어떤 사건이든 소신을 갖고 나선 결정에 하자가 없는 한 그 소신을 지켜주는 방패막이가 됨으로써 가능하다는 점을 박총장도 회견에서 밝힌 바 있기에 기대되는 바 크다.

'시녀검찰'이란 오명을 씻을 절호의 가회가 이번이 아닌가 싶고 그를 위해선 우선 다소 혼란스러운 검찰내부 분위기를 공정인사로 차분하게 가라앉혀 참된 검찰상을 확립하는 게 그의 첫번째 과제라 여겨진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부패지수가 아시아국가중에도 하위권인 점을 감안, 부패척결엔 성역이 없음을 검찰권 행사로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박총장은 2년임기후 검찰의 옷을 벗을 각오로 위로는 '바른말'로, 아래로는 '애정어린 독려'로 정치검찰로 점철된 검찰의 왜곡상을 최초로 바로 잡는 첫 검찰총장이란 명예를 안기를 국민과 함께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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