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인물엔 독약 구인사엔 보약

입력 1999-05-25 15:31:00

여권이 25일 수뇌부 회동을 통해 중선거구제 도입을 확정함에 따라 16대 총선이 3인 선출을 기본 골격으로 하는 중선거구제로 치러질 공산이 높아졌다. 물론 아직 소선거구제를 당론으로 하는 한나라당과의 협상이 남아 있어 단언하기에는 이르지만 여권이 국회 표결을 통한 관철의지까지 밝히고 있어 중선거구제가 대세인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중선거구제가 도입될 경우 한나라당 대 비(非)한나라당의 단순 구도로 치러질 것 같던 대구.경북 지역의 총선 구도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소선거구제보다 선거구가 약 4, 5배 정도 넓어진다(대구 13개에서 3개로, 경북 19개에서 4개로 축소 전망) 선출 의원도 한 선거구당 1명에서 3, 4명으로 평균 3배 늘어난다. 그만큼 출전 선수들의 면면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 경우 신참들이 '등용문'을 통과하기는 힘들게 된다. 소선거구제에서는 좁은 구역만 열심히 누비고 다닌 동네 사람도 당선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4, 5개의 선거구가 합쳐진 광활한 지역은 그럴 가능성을 거의 없앨 것이다. 그만큼 소(小)지역 인사나 이름이 덜 알려진 신인에게 기회는 적어질 것이다.

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역 기반이 취약한 여권에서조차 먼저 과거 정권에 몸을 담았거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를 더 선호, 공천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전직 의원이나 관료출신 등 지명도에서 기본 점수를 따고 들어가는 인사들에게는 중선거구제가 여야는 물론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는 쪽으로 결심을 유도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1등은 못해도 당선권에만 들면 된다는 판단에서다. 3명을 선출하는 선거구에서 한나라당이 선출자의 수 만큼 다 공천하기는 어렵고 유권자의 표가 분산될 경우 그 공백을 여권 내지 무소속 후보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회의의 불모지라는 지역에서도 국민회의 후보의 당선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지역별 비례대표로 일부 의석이 할애될 경우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적게는 4, 5석 많게는 7, 8석에서 최대 10석까지도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 후보가 당선될 수 있을 것으로 한나라당은 분석하고 있다.

총선 출마 여부를 고민하던 인사 가운데 중선거구제 도입에 따라 지역구 출마가 예상되는 인사들로는 5, 6공 출신들도 상당수다. 또 문민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인사도 거명된다.

대구에서는 김중권청와대비서실장이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을 전망이고 김용태전장관도 불가(不可)에서 적극 검토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윤영탁.이치호 전의원도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권에 몸담고 있는 박철언의원이나 이정무.최재욱 전장관 등도 소선거구제 보다는 유리한 국면이라는 점에서 내심 반길 것이고 엄삼탁국민회의지부장도 보다 높아진 가능성 때문에 전의를 가다듬을 것이다.

경북에서는 여권으로 옮겨간 권정달.장영철의원 등이 넓어질 선거구 거의 전 지역에 과거 연고가 있다는 점을 내세울 것이고 지명도가 높은 정해창전대통령비서실장이나 금진호전의원 등도 출전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李東寬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