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개각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5·24 개각 새내각 출범 의미5·24개각은 김대중(金大中)정부의 제2기 내각으로 지칭될 정도로 조각(組閣)수준의 전면개각이다. 국정에 대한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의 성격을 갖는 이번 개각은 여러가지 면에서 특이하다.
우선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대거 교체된 점이다. 보기 드물게 탈정치색을 띠었다. 이는 공동정권을 무색케 하고 있으며 내각제 운영과도 거리가 먼 형태다.
김종필(金鍾泌)총리가 이같은 대통령의 구상에 동의를 해준 게 주목된다. 김총리는 연말 내각제개헌 논의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총리직을 사퇴, 당으로 컴백한다는 설이 나오고 있는 마당이어서 구구한 관측을 낳고 있다.
일단 청와대 측은 경제,내치(內治)등에 대한 김총리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얘기를 하고 있다조기 과열 비난을 무릅쓰고 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전원 정치권으로 복귀시킨 것은 총선 출마자들에 대한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국민회의와 자민련 공동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이들이 당으로 돌아가 공동여당의 기반을 강화시켜 정부의 개혁속도를 더욱 뒷받침하겠다는 뜻도 있다.
두번째 특징은 현 정부의 핵심정책인 경제 및 통일분야는 그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외환위기 극복과 경제회생 기미 그리고 대북 포용정책의 세계적인 지지에 대한 평가 등에 후한 점수를 준 것으로 파악된다.
강봉균청와대경제수석을 재경부장관에 임명해 진념예산기획위원장과 이헌재금융감독위원장과의 호흡을 계속 맞추토록 했다. 또 대통령의 대북정책 의중을 잘 수행해 온 임동원외교안보수석을 통일부장관에 발탁했다. 경제와 통일분야에서 대통령을 보좌해온 실세들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특히 강재경·임통일·박지원문화관광부장관 등 3명의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입각은 김중권비서실장이 밝힌 승진 발탁 외에도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한 측근들을 내각에 포진시켜 개혁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이번 5·24전면개각은 정치색을 배제한 채 전문성과 개혁성을 고려한 실무내각이다. 그만큼 제2기 내각은 개혁을 내실화하고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차관급의 장관승진을 통해 공직사회의 사기진작에도 애를 썼다.
새 내각에는 대구·경북출신이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의 실형인 김덕중교육(대구출신·경기고졸)·차흥봉보건복지부장관(의성·경북사대부고졸)등 두명이다. 그러나 김광식경찰청장에다 박순용대구고검장의 검찰총장 발탁이 유력시되고 있어 검·경 총수를 지역 출신이 차지할 공산이 높다.
부산·경남 출신은 유임된 김기재행자·정상천해양수산부장관과 신임 손숙환경부장관 등 3명이다.
호남 출신은 강봉균 재경·김태정 법무· 박지원 문화관광· 김성훈 농림장관· 진념예산기획위원장 등 5명이고 충청권에서는 홍순영 외교통상· 정덕구 산자· 이건춘 건교· 조성태 국방장관 등 4명이다.
한편 정치인 출신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의 향후 거취도 관심거리다. 이번에 제외되었지만 총선에 임박해서 출마준비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본인은 여전히 "공직은 이것이 끝이고 대학교수(세명대총장)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때 대권에 뜻을 두었던 이종찬국가정보원장의 행보도 궁금한 대목이다. 정계복귀가 유력시되고 있다.
〈李憲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