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대행 "연내 개헌 불가" 속셈

입력 1999-05-22 15:01:00

김영배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이 21일 연내 내각제 개헌 불가 입장을 피력, 여권 내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대행은 이날 인천방송의 녹화 대담프로에 출연, "개혁이 시작도 안된 이 단계에서 개헌을 추진한다면 경제회복이나 개혁이 모두 주저않을 수 있다"고 밝혀 자민련이 고수해온 연내 개헌론을 사실상 반대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김대행은 김종필총리와 박태준자민련총재에게 전화를 걸어"일반론적인 얘기를 한 데 불과하다"고 해명했으며 24일 방영예정인 대담프로에서 문제 발언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청와대 측도"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했을 뿐"이란 식으로 서둘러 진화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 그가 당내 대표적인 합당론자란 점 등에서 발언 저변엔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합당론이란 개헌을 백지화하는 것을 전제로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이날 발언과 맥이 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총재권한대행이란 위상까지 감안할 경우 여권 핵심부와의 교감 아래 이뤄졌을 개연성도 충분하다.

정국 역시 내각제 강경론자들인 자민련 충청권의 영향력이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권의 선거구제 협상도 이들이 강력 요구해 온 소선거구제와는 달리 중선거구제쪽으로 가닥잡혔다. 때문인듯 자민련 측 반응도 개헌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는 원론적인 대변인 논평에 그치는 등 반발수위가 예상보다는 낮았다.

결국 김대행 발언은 이같은 상황에 편승, 합당 등 정계개편 정국에 또 다시 불을 지피기 위한 계산된 수순일 수 있다. 실제 김대행은 대담프로에서 정계개편 문제과 관련,"새로운 모습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당으로 전당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언급, 그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교롭게 같은 날 한화갑총재특보단장도 친여 재야인사 모임인'국민정치연구회'강연을 통해"국정을 운영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우군이 필요하다"고 역설, 특히 5공 인사들과의 연대설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면 어떤 세력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뜻으로 전국정당화와 동서화합을 양대 축으로 한 여권의 정계개편 구상을 가시화한 셈이다.

게다가 자민련 박총재는 이날"국민회의는 정치개혁 등 정치 일정을 감안, 전당대회를 미룰 것으로 보이며 우리도 비슷한 사정을 안고 있다"고 전대 연기론을 검토할 뜻을 내비쳤다. 전대 연기 가능성에 공동여당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정계개편 등 향후 정국 상황을 감안할 경우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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