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운문댐 스트레스

입력 1999-05-22 15:02:00

운문댐이 불안하다. 지난 94년 1천5백억원의 공사비를 들인 끝에 전국 상수도원중 가장 깨끗한 물로 출발한 운문댐이 통수된지 불과 6년만에 '불안한 댐'으로 변해가고 있다.

유역 면적 301㎢, 하루 21만t의 상수도 원수를 생산, 대구에 75%인 15만500t, 25%는 경산.청도.영천 등지에 공급, 명실공히 이 지역 생명댐 역할을 톡톡히 해 오고 있는 운문댐이 본 댐을 비롯, 댐 유역 관리 소홀 등으로 인해 날로 그 오염도가 심해질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운문댐의 오염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총 질소 발생량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댐원수의 1급수 총 질소는 0.2ppm, 2급수는 0.4ppm으로 기준이 정해져 있는데, 운문댐은 0.892ppm으로 1급수의 무려 4배, 2급수의 배 이상이 더 높다. 또 용존 산소 부족이 원인인 조류 발생량도 운문댐의 경우 아직 위험수준은 아니다. 10마이크로g/㎥안팎으로, 이미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운문댐은 초동단계에서부터 상수원 보호구역 설정, 이의 관리 등에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안은 채 출발했다. 당초 대구시는 보호구역을 현재의 33.65㎢(97년 지정)보다 훨씬 더 넓게 정해 줄 것을 관계당국에 수차례 요구했었으나, 관철되지 않았다. 학자들은 운문댐 보호구역이 너무 좁게 지정된 탓으로, 이것이 오염 부하량을 더 한층 높게 하는 외적인 고민거리로 계속 남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댐 및 댐 보호구역 관리가 2원화 되어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보호구역 관리는 보호구역 관리사무소가, 댐 수면 관리는 한국수자원공사 관리단이 맡고 있는 것이다. 수자원 관리단 측은 보호구역 관리는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방관하고 있고, 행정당국 역시 역부족인 상태여서 결국 댐만 멍들고 있는 셈이다.

댐 내수면 보호 또한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운문댐 내에는 물을 담수하기 전에 제거했어야만 할 무수한 수림이 그대로 남아 계속 썩어가고 있다.

대구시가 운문댐으로 지불하는 원수대금은 t당 94원68전, 월 4억5천여만원으로, 안동댐(낙동강)의 t당 16원36전, 월 3억1천여만원보다 t당 단가는 운문쪽이 무려 5~6배나 비싸다. 또 이 물을 받아 상수도 물로 생산하는 단가는 운문쪽이 t당 134원82전, 안동댐쪽이 75원9전으로 운문쪽이 약 배나 비싸다. 한마디로 대구시민들은 비싼 운문댐 물을 사 먹고 있는 셈이다.

오염원을 현재대로 두면, 오염 부하량이 늘고 정수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시민 부담으로 안겨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부산의 물값 시비 예에서 보듯, 공급자와 수요자간의 심한 갈등이 불가피 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역 대학 물관계 전문교수들은 한결같이 댐 주변 도로(교량 포함)가 너무 무방비 상태로 행인.통행 차량 등에 노출되어 있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미국이나 영국.프랑스.일본 등 선진 외국들의 고차원적인 상수원 보호관리 기법을 조속히 도입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댐 관리 업무를 보다 체계적으로 시급히 구조조정, 안전한 댐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 주기를 대구시민 등은 간곡히 바라고 있다.

오염 등으로 인해 상수도 물 생산 단가가 너무 높아져, 다소 간의 수도료 인상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는 터이지만, 댐 관리만이라도 좀더 철저히 해서 양질의 원수를 공급하는 대책이 우선은 선행되어야 할 과제로 부각되어 있다. 이 지역민들은 더 이상의 「운문댐 스트레스」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박인호(대구시 상수도 수질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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