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문제를 직접 출제하고 채점하는 대학 관계자들은 어떤 의도로 문제를 만들고 어떤 기준에서 평가를 할까. 예년에 발표된 추상적인 출제의도와 복잡한 평가기준을 보고 걱정하는 수험생들이 많지만 정작 대학 관계자들은 "크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충고한다.
99학년도 경북대 논술고사 출제위원장을 맡았던 김민남교수(교육학과)는 "4가지 평가기준을 밝혔지만 그에 꼭 맞춰 글을 쓸 수도 채점할 수도 없다"며 "기준에 따라 세분해 채점하기보다 글 전체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99 경북대 논술문제는 제시문에 나타난 인물형과 삶의 태도를 바탕으로 현재 좌절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논설문을 작성하라는 것이었다. 제시문으로는 하근찬의 '수난이대'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몬' 모파상의 '비계덩어리' 등 문학작품과 '전봉준의 공초(供招)문 중에서' 등 4개가 주어졌다.
김교수는 "제시문만 충실하게 읽어봐도 글의 구성과 내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제시문을 풍부하고 분명하게 주자는 것이 기본방침이었다"며 "내년 논술에서도 마찬가지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시문에 대한 이해력과 분석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상상력과 비판 등을 곁들이면 좋은 답안을 쓸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논술 자체를 대비할 필요 없이 학교공부나 신문, 책 등을 볼 때 어떻게 글을 읽고 비판적으로 생각할지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갖는 정도의 자세 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채점 역시 제시문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여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더했는지가 가장 큰 기준이 됐다. 따라서 굳이 긴 글이나 책이 아니라 짧은 글 만으로도 논술대비는 무난하다는 게 김교수의 지적. "신문사설이나 수필 등 잘 된 글을 평소에 틈나는대로 읽고 나 같으면 어떻게 쓰겠다는 식으로 고민하고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술 시험 때도 억지로 글을 만들려 하지 말고 내 생각을 정리해 바르게 써 본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북대 논술의 경우 예년에는 백지 답안이 100~200명이었는데 99학년에는 제시문이 풍부한 덕에 0점을 받은 학생은 20명도 되지 않았다. 좋은 글을 써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도 의외로 많았다. 김교수는 99학년도 출제 및 채점방식에 대한 경북대 내부 평가에서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에 올해도 이같은 경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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