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지니고 있는 여러 능력들, 지적·정서적·신체적인 능력들을 점수로 바꾸어 단순화하고자 하는 욕구는 그 역사가 오래됐다. 이러한 노력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능을 점수로 바꾼 지능지수(IQ)일 것이다.
흔히들 지능지수가 인간이 지닌 지적 능력 모두를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지능지수가 높은 학생에게 "넌 참 머리가 좋구나"라고 하든지, 지능지수는 낮은데 성적이 높은 학생을 보고 '머리는 나쁜데도 성적이 높은걸 보니 노력을 많이 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지능=지능지수'라는 등식을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등식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지능지수는 단지 질적인 성격인 지능을 양적인 점수로 전환하기 위해 고안한 도구, 즉 지능검사의 결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자를 이용하여 '키가 170cm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키가 얼마냐?'라고 물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170, 175식으로 말하지만, 미국인 경우 6,7식으로 답한다는 것이다. 서로 생각하는 단위가 틀리기 때문인데 우리는 cm를, 미국인은 ft(1ft=30cm)를 단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능지수도 이와 똑 같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지능검사들은 출판사와 저자·문항·기준이 다르다는 점에서 cm나 ft자와 같이 서로 단위가 다른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 사람에게 두가지 지능검사를 하면 두개의 서로 다른 지능지수를 얻게될 수도 있다. 이와같이 지능지수가 지능검사를 달리 할 때 마다 서로 다른 수치로 나온다면 '지능=지능지수'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능지수라는 수치에 지나치게 현혹되지 말고 지능지수를 구성하는 하위영역의 정도에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즉 '지능지수'가 아닌 '수리능력·언어능력·추리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능력이 부족한지'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 그 단순함이나 편리함으로 인해, 또 학업성적과 상관이 높다는 점 때문에 맹신하던 지능지수에서 벗어나 이제부터라도 인간이 지닌 보다 큰 지적 능력이라는 차원에서 지능의 본질을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김천과학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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