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악어의 눈물

입력 1999-05-21 00:00:00

전현직 언론인들이 요즘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물론 좋은 일보다는 나쁜 쪽이라서 시중의 화제다. 어제의 동지를 오늘은 안주감으로 삼아야 하는 비애가 만만치 않을텐데도 이를 직필로 휘두르는 언론들을 칭찬해야 할지는 일단 접어두자.

그보다는 이런것도 국민의 정부가 짬 있을때 마다 부르짖는 언론개혁의 일부로 볼것인가 볼수 없는 것인가를 가늠하기가 왠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홍

두표한국관광공사 사장이 구속됐다. 엊그제 까지만 해도 불사조로 불리던 그가 굴지의 방송사 사장을 지낼때 1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더 기가 찰 노릇은 뇌물을 준 그룹 회장이 "실세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실토하는 대목이다. 언론이 제4부란 말이 이럴때는 실감이 난다. 결코 실감이 나서는 안되는 일인데도 말이다.

유수 일간지의 중견기자가 취재정보를 이용해 주식에 투자, 수억대의 차익을 챙긴 일도 벌어졌다. 비록 그 기자는 불구속 됐지만 이 또한 오늘의 언론이 보여 주지 말아야 할 부분을 보여 주고 있는 것같아 그룹 회장의 '실세론'이 어쩐지 허풍으로만 보여지지는 않는다.

좀 시차를 두긴했지만 또 다른 유수 일간지의 사장실 간부가 아이스하키 특기생 선발 비리에 연루된것도 실세에 그 원인을 두어야 할지 정말 입이 막히는 일들이다.

악어를 위선의 상징으로 삼는것은 잔인하고 난폭한 성미탓도 있다. 그래서 "악어가 물가에서 사람을 발견하면 이를 죽인 다음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려가며 먹을 것이다"는 말도 생겼다. 우리 언론은 언제까지 이런 '악어의 눈물'만을 흘려야 하는지 계속 입이 막힐 따름이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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