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자는 정.관가

입력 1999-05-21 00:00:00

검찰의 사정바람이 거세다.특히 검찰이 20일 동양방송, 중앙일보, 한국방송공사(KBS)등 중앙언론사 사장을 역임한 홍두표(洪斗杓)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수뢰혐의로 전격 소환, 구속하자 '검찰의 사정이 새정부 출범직후 보다도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차관급인 강정훈(姜晸薰) 조달청장을 비롯, 이정보(李廷甫) 전 보험감독원장, 이수휴(李秀烋) 전은행감독원장, 박희원(朴喜元) 경찰청 정보국장(치안감)등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미 사법처리됐거나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소위 '성역없는 사정'이라는 '국민의 정부'의 사정의지를 실감케 하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이 중앙언론사 사장을 두루 역임해 언론계 원로급 인사로 꼽히는 홍씨를 전격구속한 것은 정치.사회적 영향등을 고려, '사정의 숨고르기'를 해왔던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홍씨의 경우 탁월한 경영솜씨로 그 능력을 받아왔고 새정부 들어 '말많은' 관광공사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와 함께 새 공직을 임명받았다.

굳이 그런 그를 사법처리하게 된 것은 "비리가 발견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예외가 없다"는 검찰의 흔들림없는 사정원칙 때문이라는 것이 검찰 주변의 중론이다.이 전보감원장이 보험감독원장 재직시절 대한생명에 대한 감독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4천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10일 구속된 바로 다음날 이 전 은감원장이 역시 신동아측으로 부터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금융권은 물론 정.관계가 바짝 긴장한 가운데 박 치안감이 그 뒤를 이었다.

치안감급 이상 현직 경찰간부로는 지난 93년 슬롯머신사건 당시 수뢰 혐의로 구속된 천기호(千基鎬) 치안감에 이어 6년만이었다.

검찰은 박 치안감이 주요 정보를 청와대에 직보할 수 있는 경찰내 호남출신의 실세 인사인 데다 그에 대한 사법처리가 경찰의 수사권 독립주장을 봉쇄시키기 위한'표적수사'라는 시비를 초래할까봐 고심했지만 '성역없는 전방위 사정'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새정부 출범 1년이 훨씬 넘어서까지 거물급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게 된것은 흔히 과거 정권이 집권초 권력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사정수사를 활용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이다.

한편 검찰의 이같은 사정 기류는 대전법조비리와 사상 초유의 평검사 항명파동에 따른 상처를 추스려야할 시점인데다 신동아 최 회장을 지난 2월 전격 구속할 때부터 예고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항명 파동 직후 최 회장을 구속한 데 이어 농.수.축협비리를 전국적인 기획 수사로 확대하면서 원철희(元喆喜) 농협회장, 송찬원(宋燦源) 축협회장 등을 사법처리했고 최근에는 해양수산부 박규석(朴奎石) 차관보, 금융감독원 박동수(朴東洙) 검사1국장 등을 구속했다.

여기에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공사석에서 수시로 '끊임없는 개혁'을 강조하면서 검찰의 사정을 독려하는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검찰의 사정 태풍이 사회각계로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부정부패 척결은 검찰의 존재이유'라고 역설하고 있어 비리에 연루된 정.관.재계 인사들에게 상당기간 '잠못 이루는 밤'을 선사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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