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아온 경찰청 정보국장 박희원(朴喜元) 치안감이 19일 수뢰혐의를 시인해 구속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는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경찰 정보를 총괄하는 핵심 요직인데다 조직내 호남출신 실세인 고위 간부가 수뢰혐의로 사법처리된다는 점에서 경찰조직이 받은 충격의 강도는 엄청나다.
특히 새 정부들어 사법처리된 공직자들의 수뢰시점이 대부분 전(前)정권에서 벌어진 일들이었으나 박국장의 경우 수뢰시점이 경찰자정(自淨)의 목소리가 높던 지난 3월이어서 경찰에 미칠 파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직 경찰간부로서 치안감급이 구속되기는 지난 93년 슬롯머신 사건당시 수뢰혐의로 구속된 천기호(千基鎬)치안감 이후 6년만에 일이다.
무엇보다 최근 수사권 독립을 외친 경찰로서는 이번 사건이 '악재'(惡材)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경찰청 고위 간부들은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이근명(李根明)차장 주재로 정례간부회의를 하다 영장청구 소식을 전해듣자 모두가 할 말을 잃고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한숨만 내쉬었다고 한다.
한 경찰간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아무리 고향후배라지만 어떻게 경찰청사에서 2천만원이라는 큰 돈을 받을 수 있느냐"며 허탈해 하는 반응을 보였으며 또 다른 간부는 "다시 경찰 자질론 시비에 휘말리게 됐다"며 탄식했다.
경찰 간부들은 박치안감이 검찰 소환전 워낙 강하게 부인한 탓에 "혹시 배달사고가 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광식(金光植)경찰청장도 보고를 받고 망연자실했다는 후문이다.
경찰간부들은 그러나 검찰의 이번 수사가 수사권 독립문제가 공론화된 이후 경찰에 흠집을 내기 위한 검찰의 '외곽때리기'라는 의구심을 완전히 떨구지는 못했다.물론 박치안감의 수뢰혐의 시인을 계기로 '표적수사'라며 "검찰과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며 흥분했던 이전의 분위기는 크게 가라앉았지만 하필이면 수사권 독립을 둘러싼 검·경간의 앙금이 가라앉지 않은 '미묘한 시기'에 검찰이 경찰 고위간부를수사한 경위에 대해서는 모종의 '의도'가 없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 남아있다.
경찰은 지난 3·4월 두달동안 벌인 아파트 비리수사를 검찰이 다시 손댄데서부터 불만섞인 불안감을 느껴오다 결국 기우가 아닌 현실로 나타나자 '검찰에 당했다'는 분을 삭히지는 못하는 듯 했다.
박치안감은 18일 저녁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고 난 후 김광식(金光植) 경찰청장에게 "수뢰사실이 전혀 없다"고 결백을 주장한뒤 검찰청사로향한 것으로 전해졌다.경찰 고위간부들은 검찰 수사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자체 정보망을 통해 혐의 내용에 대해 진위를 파악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경찰 간부후보 20기인 박 국장은 서울청 보안부장, 경찰청 교통지도국장, 중앙경찰학교장, 경찰청 경비국장을 거쳐 지난해 3월 치안감으로 승진, 전북경찰청장을 지냈고 지난 1월부터 경찰청 정보국장으로 일해왔다.
한편 검찰도 한바탕 홍역을 치른 수사권 독립시비가 이번 수사로 또다시 고개를 들까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특히 청와대와 여권 일각에서 '그만한 일로 경찰 고위간부를 불러들인 것은 무리한 처사가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어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소인배가 아니며 수사권 문제는 두 기관간의 힘겨루기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며 표적수사 논란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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