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학교급식

입력 1999-05-19 14:20:00

"도시락이 그리워요. 학교 밥은 온통 나물, 채소 반찬에 고기는 입맛만 다시는 정도고, 그나마 밥보다 반찬이 항상 모자라요"

18일 오후 1시 대구 ㄱ고 점심시간.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던 한 1학년생은 "학교 밥이 지겹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이 학교는 비교적 시설이 나은 교내 식당에서 배식을 한다. 급식률이 무려 96%지만 "먹을 만큼 먹었다"고 말하는 '한창 먹을 때' 학생은 찾기 어려웠다.

도시락을 시켜먹는 ㄴ고. 18일 점심시간에 만난 학생들은 "지난해 처음 배달될 때는 반찬 가짓수나 질이 좋았는데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학교에서 지정한 업체가 아닌 다른 도시락 업체에 개별적으로 신청해 먹는 학생이 늘고 있다.

학교급식은 원칙적으로 먹고 싶은 사람만 먹도록 하는 자율형이다. 그러나 정부의 전면실시 방침에 따라 상당수 학교는 반강제로 학교급식을 시킨다.

급식을 편하게 생각하거나 맛있다는 학생도 많다. 하지만 반찬에 대한 불만은 누구나 한 목소리다. 매일 나오는 나물과 볶은 반찬, 김치 등에 가끔 보이는 고기는 양이 모자란다.

이는 조리원 숫자가 부족한데다 최저입찰제 실시에 따라 반찬용 부식이 정원에 꼭 맞게 납품되기 때문. 짠 반찬이나 각종 김치류가 많은 것은 한꺼번에 몇 끼 분을 준비해두기 위해서다.

학생들의 또다른 불만은 교실급식이다. 한 고교의 18일 점심시간. 다소 쌀쌀한 날씨인데도 학생 몇 명이 진땀을 흘리며 밥통과 국통을 나르고 있었다. 학생들은 "10~20kg의 배식통을 옮기고 퍼주다 보면 입맛이 싹 가신다"며 "제발 학교급식 좀 그만 했으면 하는 생각 뿐"이라고 투덜거렸다.

이같은 풍경은 식당이 비좁아 교실급식을 하는 학교 어디서든 볼 수 있다. 현재 급식을 실시하는 54개 고교의 절반이 이런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초등학교도 교실급식이 적지 않다는 것. 초등학생들이 제 덩치만한 밥통이며 국통을 끙끙대며 옮기는 모습은 차라리 안쓰러울 정도다.

ㄷ초교 5학년 한 학생은 "매일 햄버거나 돈가스를 주면 힘이 덜 들텐데"라며 "차라리 점심시간이 없으면 좋겠다"고 했다.학교급식은 도시락을 싸 주는 부담에서 벗어난 학부형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정부의 학교급식 확대정책도 다분히 학부형들을 의식한 것이다. 그러나 막상 급식의 주체인 학생들의 형편은 고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떤 생각과 바람을 갖고 있는지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창 배고픈 나이인 학생들은 다른 학교에서 일어난 식중독 사건에 아랑곳없이 오늘도 '걸인의 찬' 앞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

〈金在璥.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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