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날 이웃사랑-대구보건대 231만원의 사연

입력 1999-05-17 14:01:00

지난 14일 오전10시 대구보건대학 본관 대회의실에서는 조촐한 '스승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스승의 가슴에 카네이션 한송이를 달아주는 것이 기념식의 전부. 좀 싱겁다시피 느껴지는 이날 기념식이 색다른 의미를 갖는 것은 201만원의 '결식아동돕기' 성금 때문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요란스런 기념식을 열고 제자들의 선물과 박수를 받는 모습이나 '촌지'와 같은 부작용을 우려해 아예 휴교하는 세태 모두 바람직스럽게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참 스승의 길'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스승의 날'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김윤기(54) 학장은 또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최근 급증하는 결식학생들의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단출한 기념식과 전임교수 98명 전원이 참여한 모금운동의 배경을 설명했다.

'스승의 날'을 맞아 교수님들이 오히려 불우학생들을 돕기위해 성금을 갹출하는 모습은 총학생회와 총대의원회를 감동시켰다. 대구보건대학 총학생회와 총대의원회는 이날 기념식을 마치고 각각 10만원씩 20만원을 결식아동돕기 성금에 보탰다.사회복지학과 한 교수는 제자가 스승의 날 선물로 준 10만원권 상품권을 결식아동돕기 성금모금에 함께 기탁했다. 대구보건대학의 결식아동돕기 성금 221만원과 10만원권 상품권은 모두 '기쁜날 이웃사랑'에 맡겨졌다.

매일신문은 5월분 '기쁜날 이웃사랑' 성금중 1천750만원을 지역 교육청을 통해 초·중·고 결식아동돕기에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스승의 날에도 대구보건대 교직원은 학생들을 감동시켰다. IMF로 학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급증하자 급여의 일부분과 학교예산을 절약해 장학기금을 만들었던 것. 이후 IMF 장학금은 각 대학으로 확대돼 붐을 형성했다.

대구보건대에서는 지난해 255명, 올해 123명 등 모두 378명의 학생들이 IMF 장학금 혜택을 누렸다.

배기효 총괄기획실장은 "대구보건대는 봉사하는 대학을 표방하고 있다"며 "교수들이 앞장서 실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봉사하는 삶을 체득할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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