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노파의 지혜

입력 1999-05-17 14:35:00

어느 마을에 아주 사이가 나쁜 고부가 있었다. 시어머니는 동네방네를 돌며 며느리를 험담하고,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헐뜯었다.

그런 어느 날 며느리는 지혜롭고 경험이 많은 이웃동네의 노파를 찾아가 하소연했다. 노파는 '내가 말하는 것은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

이것을 구해서 좋은 약이라고 속여 계속 드시게 하라. 그러면 일찍 돌아가시게 된다'는 비방을 알려 주었다.

며느리는 노파의 말을 믿고 열심히 그것을 구해서 시어머니에게 드렸다. 한참이 지나자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소원과는 달리 오히려 고질적인 위장병이 없어지고 더욱 건강해졌다.

시어머니는 이렇게 나은 것이 며느리의 정성 때문으로 알고 전과는 달리 며느리 자랑을 하고 다녔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자랑하자 이번에는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좋게 말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너무나 다정한 고부간이 되었다. 노파는 며느리의 시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역이용, 사실은 위장에 좋은 약재를 열심히 드시게 해서 결과적으로는 화해를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노파의 지혜가 두 고부를 지옥 불에서 구한 것이다.

지금 나라는 남북분단도 모자라 동서가 오래 전부터 심한 갈등관계에 있다. 이제는 지각없는 지도층에 의해 영남의 남북마저 소원한 관계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 노파의 지혜가 한없이 그리워진다.

金 英 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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