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중선거구제 진통

입력 1999-05-14 15:25:00

선거구 문제를 놓고 자민련 내부가 또 다시 내홍을 겪는 모습이다. 중선거구제 주창자인 박태준총재가 선거구제 문제를 주도해 나가자 충청권 의원들이 이에 반발, 소선거구제 관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류를 감지한 박총재는 13일 김종필총리를 찾았다. 중선거구제에 대해 당내 충청권 의원들이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당의 실질적인 오너인 김총리를 만나 쐐기를 박기 위한 자리였다. 또 지난 7일 당 정치개혁 특위에 선거구제 재검토를 지시한 사실을 김총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해서 총리가 섭섭해 한다는 보고도 들은 터였다.

박총재는 이날 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중선거구제 도입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박총재는 "사회 모든 분야가 구조조정중인데 유독 정치권만 개혁이 안되고 있다"며 "돈 안드는 선거제도의 도입을 위해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피력해 김총리의 의중을 타진해 본 것이다.자신의 의중을 좀체 드러내지 않는 김총리도 '당에서 결정하면 따라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선거구제와 관련한 충청권 의원들의 움직임도 기민하다. 박총재가 중선거구 관철을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드러내 놓고 반발은 못하고 있지만 지난 12일 별도의 모임을 갖고 소선거구제 관철의지를 다지는 등 단체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김용환수석부총재도 미국방문 인사차 이날 김총리를 만나 중선거구제 반대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호정치개혁특위위원장도 이들에 동조해 '소선거구제 관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혀 놓은 상태다. 양 측의 힘겨루기가 어떤식으로 결론이 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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