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털어 자기개발 '자율연수' 붐

입력 1999-05-13 14:04:00

급변하는 사회환경을 따라잡기 위해 사비를 들여 연수를 받는 교사가 늘고 있다. 이른바 자율연수. 종전에는 교육청이 제도적으로 시행하는 연수가 전부였으나 최근에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스스로 공부하는 자율연수가 오히려 주류다.

11일 밤 대구시 남구 대명동 한국발달상담연구소. 20여명의 교사들이 둘러앉아 학생상담과 학교내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을 꾸짖느냐" "체벌을 하느냐" 등 다양한 질문과 대답이 오고갔다. 줄 맞춰 앉아 졸음을 참으며 딱딱한 강의를 듣는 보통의 교사연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 연구소에서 진행중인 연수 프로그램은 개인상담 및 집단상담, 학교내 폭력예방 프로그램 등 2개. 상담이나 학생지도 담당교사가 대부분이지만 학생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문제해결을 도와주려는 일반 교사도 적지 않다.

이영덕소장은 "실제 학생지도에 도움이 되도록 역할 연습, 발표 등 실습 위주로 연수를 진행한다"며 "지난해 연수과정을 개설한 이후 교사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진전문대 사회교육원에서는 스포츠 마사지 과정이 이달초 개설됐다. 참여교사는 현재 32명. 운동선수들의 근육통 처치, 몸 풀어주기 등이나 수업시간에 활용하려는 체육교사가 많지만 학생과 가족들을 위해 배워두려는 일반교사도 여러 명 있다이같은 교사들의 자율연수 프로그램은 대개 퇴근시간 이후인 오후 7시에 시작해 3, 4시간 계속된다. 60시간을 받아야만 연수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로서는 적잖이 피곤한 일. 비용도 13만~15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자비를 들여 받는 연수이니만큼 힘들어하는 기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게 연수기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교사 자율연수는 지난 96년부터 시작됐다. 첫해 154명이던 이수자는 97년 324명, 98년 514명으로 늘었고 올해도 600명은 넘을 전망. '실력이 없으면 퇴출된다'는 원칙이 교직사회까지 깊이 파고든 것이다.

선호하는 과정은 컴퓨터, 외국어, 상담 등 3가지. 지난해 개설된 38개 과정 가운데 컴퓨터 9개, 외국어 5개, 상담 5개 등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 적잖은 교사들은 사설학원까지 다니며 컴맹탈출에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컴퓨터연수를 받았다는 김모(44)교사는 "컴퓨터를 모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교사들 사이에 보편화됐다"며 "예전처럼 자기개발을 소홀히 하다가는 언제 무능력자로 낙인찍힐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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