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연금비리 전모를 벗겨라

입력 1999-05-12 00:00:00

경찰이 국민연금 유용및 횡령 등 그 비리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에 나선건 국민적 의혹해소 차원에서도 시의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이번에 전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하면서 이 국민연금에 관한한 국민들의 의혹과 불만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연금기금의 고갈의혹에서부터 연금액의 산출근거인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산정의 공정성 시비나 직장인과 자영업자간의 형평성 문제에 이르까지 수도 없이 많았던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중 가장 근로자들에게 충격적인 점이 바로 이번 수사대상인 연금횡령 사안이다. 자기는 월급에서 꼬박꼬박 공제해 냈는데 소속 기업주가 이를 공단에 납부치 않고 회사운영비로 전용 또는 아예 횡령해 버렸다니 정말 억장이 무너질 지경이다. 이같은 혐의가 짙은 곳이 전국에서 2천800여개소에 액수도 1천300억원가까이 된다니 도대체 무슨 연금체계가 이럴 수 있느냐는 의심이 가지 않을수 없다. 물론 이 자료는 공단에 2천만원이상 체납한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고 이들 기업체의 상당수가 유용.횡령혐의가 짙다는 것이다. 개중에는 IMF체제를 맞아 경영이 극도로 악화된 나머지 구사(救社)자금으로 쓴곳도 있을 수 있지만 아예 기업주가 떼먹은 곳도 상당할 것이란 얘기다.

여기서 우리가 의문을 갖는건 직장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지 10년이 지나도록 연금관리공단은 이같은 기금의 수행위를 차단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하지 않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물론 이같은 의혹이 간헐적으로 제기되자 이번 전국민 연금제로 확대되면서 공단이 회사를 배제하고 직접 연금 징수대상자에게 체납사실을 개별통지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촌극을 빚었다. 그러나 그동안 10년이란 기간내에서 이같은 횡령사건이 얼마나 자행됐는지 그 실체는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할 돈을 관리하면서 이렇게 허술하게 할 수 있는지 정말 의심스럽다. 최악의 경우 기업주나 공단이 공모해 버리면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는 비리가 그동안 없었다고 보기가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또 이 횡령사안은 빙산의 일각으로 그보다 더한 지능적인 비리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정황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국민연금 기금운용과정이나 그 실체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투명한 수준으로 공개한 적이 없질 않는가.

따라서 경찰은 차제에 전용.횡령업주들도 철저히 추려내 엄벌해야겠지만 더나아가 국민연금자체의 투명성 여부도 반드시 밝혀내 줄것을 당부한다. 이건 국민적 의혹이고 그걸 밝혀내는건 경찰의 위상이 걸린 의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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