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생태 보고서 '생명시대'-공해·파괴로 신음하는 지구실상

입력 1999-05-11 14:09:00

칠레의 한 어촌에서는 안개로 물을 만든다. 높은 지대에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플래스틱 물 수집판을 걸어 안개속의 작은 물방울을 모아 먹는 물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연 조건에서 물을 얻는 '원시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자꾸 엄청난 계획만 세운다. 인위적으로 물을 가두고, 강제로 물길을 내고….

자연법칙을 거스른 이 엄청난 계획들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분쟁을 부르면서, 물을 더 고갈시키는 악순환을 불렀다. 그런데 '물 부족'에 의한 물전쟁이 예고되는 건조 국가들은 이같은 원시적인 방법들을 다시 시도하고 있다. 21세기에 벌어질 물전쟁을 위해 지금 우리가 마련해야할 대안은 무엇일까?

다큐멘터리 전문프로덕션 '인디컴'이 기획한 지구생태이야기 '생명시대'(글 김소희·학고재 펴냄)는 각종 공해와 파괴로 신음하는 지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세계 곳곳의 환경문제를 취재, 제작해 지난 97년 10월부터 6개월간 KBS TV에 20부작으로 방송한 내용을 보완, 책으로 만든 지구생태보고서.

'생명시대'는 우리가 숨쉬고 있는 지구 도처에서 타전되고 있는 긴급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도양의 보석이라 불리는 몰디브제도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100년이내에 바닷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고, 온두라스 원주민 미스키토족은 선진국의 식탁에 올라갈 고급요리인 가재잡이를 위해 바다에서 죽어가고 있다.

치명적인 생화학무기를 뿌려대는 현대전, 숲과 인간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인도네시아 사모시르섬 펄프 플랜테이션, 물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아프리카 잠베지강과 중동 요르단강, 인도 인더스강 등….

이 메시지는 인간만이 좋은 것을 누리겠다는 이기심과 탐욕이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인간을 칠 것이라고 경고한다.그러나 지구환경에 대한 새로운 의지는 우리에게 밝은 미래를 약속한다.

2010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는 스웨덴 국민과 정부의 결정이 그렇고 목초지였던 블라우에카머를 호수로 되돌려 놓은 네덜란드의 역간척, 생태도시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숲의 잔치, 브라질의 쓰레기 구매 프로그램 등은 자연에서 쓰고 자연으로 돌려주는 환경친화적인 소규모 프로젝트들이다.

또 생태공동체로 다시 태어난 작은 도시, 아이들을 자연의 일부가 되도록 교육하는 대안학교, 생명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토착민들의 지혜,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을 찾아 실용화한 합리적인 사고방식 등 서서히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 본보기들을 제시하고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E.M.슈마허의 말처럼 내일의 지구를 위해, 우리 자신을 구하기 위해 이 책은 지구를 위한 치유 프로그램에 모두가 참여할 것을 강조한다.

〈徐琮澈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