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스승의 날의 고통

입력 1999-05-11 14:22:00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스승을 기리는 노래는 이처럼 노랫말부터가 가이없이 넓은 은혜를 떠올리게 하고 세파에 찌들린 소시민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적셔준다.

당대의 석학 위당(爲堂) 정인보(鄭寅普)선생은 어느 비오는 날, 길을 가다 스승을 만나 그대로 땅에 넙죽 엎드려 큰 절을 올렸다. 저마다 스승을 향한 표현방법이 다를뿐 감사의 염(念)은 누구라서 예외이겠는가.

스승의 날이 부활된지 17년이 지난 금년, 서울의 초등학교는 스승의 날을 임시휴무일로 지정했다.

교장회에서 '가정체험 학습일'로 정해버려 사제(師弟)가 없는 학교가 되는 황당무계한 날이 될 모양이다. 안 그래도 매일하는 가정체험을 또하라니 어거지로밖에 들리지 않는데 속사정은 촌지잡음을 원천봉쇄하는데 있는 모양이니 미상불 스승의 날이 '스승 욕보이는 날'이 될 것 같다.

사실, 스승의 날이 오늘 여기까지 오는데만도 적지 않은 신산(辛酸)을 겪었다. 58년에 청소년적십자회가 주축이 돼 설정한 스승의 날, 학교를 떠난 스승들과 여교사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면서 시작된 이 날이 65년에 들어서야 세종대왕의 탄일인 5월15일로 날을 바꿔 전국행사가 된 것.

이후 73년엔 일부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당시의 '서정쇄신'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없애버렸다. 지금의 스승의 날은 82년부터 부활돼 올해로 열여덟번째로 맞는 것. 한 교사의 비통한 독백은 오늘의 착잡한 교단 상황을 가감없이 전해준다.

"학교문을 아예 닫아 걸어야 할 정도로 스승의 날이 '촌지수수의 날'로 비쳐지고 있다면 학생들앞에 어떻게 설 수 있냐"고 . 그런가하면 학부모들은 "스트레스 안받아 시원하다"니 이 일이 분명 예삿일은 아니다.

하지만 백보를 양보해도 휴교결정을 내린 것은 마치 복통으로 신음하는 환자의 배에 머큐로크롬을 발라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