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2시 대구 동부경찰서 형사계 사무실. 중국 연변출신 조선족 조모(29.여)씨는 갑작스런 언니의 죽음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에서 큰 돈을 벌겠다던 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5년전 한국인 배모(40)씨와 결혼해 포항에 사는 조씨는 이날 언니의 자살 소식을 듣고 포항에서 황급히 대구에 왔다.
조씨의 언니(35)는 경찰 조사결과 6일 밀입국사실이 적발돼 법무부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보호를 받던 중 이날 새벽 창틀에 목을 매 자살했다.
중국에서 브로커로부터 한국인 여권을 600만원에 구입, 지난 97년 12월 한국에 온 것으로 알려진 조씨의 언니는 강제출국 처분을 앞두고 유서 한장 없이 싸늘한 시체로 변하고 말았다. 중국 연변에 있는 남편(43), 사랑하는 아들(15)과 마지작 작별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숨진 조씨를 밀입국 혐의로 적발한 포항 중앙파출소 직원은 "조씨가 한국에서 돈을 벌지 못한 상태에서 여권을 구하느라 빚만 져 중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서 3개월만 눈감아 주면 파출소로 다시 오겠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조씨가 보낸 1년여의 짧은 한국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한국에 왔으나 밀입국자 신세로 정상적인 일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 직물공장 종업원, 도자기 외판원, 식당 주방일 등을 하며 전전하다 지난해 7월 동생이 살고 있는 포항으로 갔다. 포항에서도 힘든 생활은 이어져 혼자 단칸 셋방에서 지내며 음식점이나 술집 등지에서 고달픈 나날을 보내왔다.
"내성적인 언니가 돈은 벌지 못한 채 강제출국해야 된다는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 같습니다"
모국 땅에서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저버린 언니의 주검 앞에서 동생 조씨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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