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소비자 파산 빚 도피처 아니다'

입력 1999-05-08 00:00:00

빚, 부도 등으로 파산지경에 이른 사람들이 법원에 소비자 파산을 신청하는 사례가 IMF사태 이후 크게 늘고 있으나 법원으로부터 정작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허가를 받아내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대구지법 제30민사부는 4천800여만원의 빚을 도저히 갚을 수 없게 된 서모(60.여.수퍼마켓 운영)씨에 대해 60% 채무 면책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서씨가 이미 재산을 다 털어 5천여만원의 빚을 갚았고 남편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해 받은 월급 대부분을 빚 갚는데 쓰는 등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했다는 점을 감안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씨처럼 채무의 부분 면책허가라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지금까지 대구지법으로부터 소비자 파산 선고를 받은 건수는 14건. 그러나 이들 파산 선고자 가운데 채무 면책 허가를 받아낸 경우는 서씨를 포함해 2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파산선고를 받게 되면 금융거래를 할 수 없게 되고 취업과 거주지 이전에 제한을 받으며 호적에 '파산자'로 기재되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돼 신중히 결정하기 때문. 따라서 면책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채무 변제 의무가 그대로 남게 되는데도 파산선고만 받으면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과 빚독촉에서 벗어나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 소비자 파산을 신청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게 법원측의 시각이다.

대구지법 박태호 수석부장판사는 "사회적.경제적 여건 때문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빚을 감당할 수 없을때만 선별적으로 채무 면책을 허가하고 있다"며 "소비자 파산제도가 빚 독촉의 도피처가 될 수 없다는게 법원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다른 한 관계자는 "일부이긴 해도 재산을 미리 빼돌린 뒤 파산을 신청하는 등 소비자 파산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대구지법에 소비자 파산을 신청한 건수는 97년 3건, 98년 11건, 99년 7건 등 모두 21건으로 IMF 사태이후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이고있다.

〈金海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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