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 춘향뎐 제작 발표회

입력 1999-05-06 14:04:00

임권택감독이 '춘향뎐'(춘향전)을 만든다고 나섰을 때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이었다.

이미 13번의 영화, 수십번의 TV드라마, 연극으로 만들어진 '단골' 러브로망이 아니었던가. 그것도 21세기 새로운 밀레니엄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닳고 닳은' '춘향전'이라니.

그러나 3일 전남 남원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춘향뎐'이 추구하는 '이념'이 비쳐졌다. 칸영화제 삐에르 르시엥 극동아시아 영화선정위원은 "'춘향뎐'이 칸영화제에 출품되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고, 주한프랑스대사관 빠트릭 따이양디에 참사관도 "프랑스 정부가 '춘향뎐'을 지원하도록 강력히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춘향뎐'의 임권택 영화문법은 '세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세계시장을 노크하겠다는 의도이고, '기초 공사'도 이미 끝난듯 해 보인다.

'춘향뎐'의 스토리는 변함이 없다. 남원부사의 아들 이몽룡이 춘향과 백년가약을 맺고 한양으로 가지만 춘향은 변학도의 행패에도 굳은 절개를 지키다 암행어사로 파견된 이몽룡과 극적 해후를 한다는 내용.

그러나 14번째 리메이크되는 '춘향뎐'은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 과거와 다르다. 임감독은 "전체적으로 소리꾼이 관객에게 춘향가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만들어 질 것"이며 "중요 대목마다 내레이터 혹은 코러스로 소리꾼이 화면에 등장, 영화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스토리 위주의 과거 '춘향전'에서 판소리의 감동을 영상이 증폭시켜주는 식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남원의 과거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해 사극의 현실감을 높인다.가장 한국적인 '춘향뎐'은 주연 배우의 이미지에서도 드러난다. 과거 조미령, 최은희, 김지미, 홍세미 장미희 등 역대 춘향들은 모두 서구적인 미인형. 이번 춘향역 이효정(16)은 복스럽고 친근한 한국 고전형 얼굴형이다. 이몽룡역의 조승우(19)도 쌍꺼풀이 없는 준수한 모습이다.

월매역에는 김성녀, 변학도에 유인촌씨가 출연하며 향단은 이혜은, 방자에 김학용이 캐스팅됐다. 영상산업 전문 투자회사인 미래창업투자(주)가 제작비 30억원을 전액 투자하고 태흥영화사가 제작을 맡았다.

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태흥영화사 이태원사장, 영화진흥공사 윤일봉사장등 관계자 100여명과 취재진 50여명이 몰려 '춘향뎐'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임감독의 97번째 작품인 '춘향뎐'은 칸영화제 개막을 앞둔 2000년 1월 개봉 예정이다.

〈金重基기자〉

---춘향뎐 주역 캐스팅 두 얼굴

'춘향뎐'이 과거와 다른 것은 춘향과 몽룡의 나이를 원작에 맞게 '현실화'한 점이다.

이몽룡역의 조승우(19·단국대 연극영화과 2년)와 춘향역의 이효정(16·성신여고 1년)은 아직 솜털도 보송 보송한 새내기. 이번 신인배우 공모에서 2천37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신세대 몽룡과 춘향이다.

"공부하는 자세로 열심히 영화에 임하겠습니다"

이효정은 키 161cm, 몸무게 48kg으로 존슨즈 베이비 로션 등 광고에 출연한 광고모델 출신. 임권택감독은 "이양의 단아한 모습이 춘향이 환생한 것 같다"고 만족해 했다. 코도 높지 않고 눈도 크지 않은 것이 예스런 맛을 더하는 얼굴이다.

"좋은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욱 젊어진 몽룡에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조승우는 172cm, 62kg으로 연극 '방황하는 별들''가스펠'등에 출연했던 영화학도. 다소 서구적인 이미지를 띠고 있으나 엷은 입술과 눈매가 날카롭게 느껴진다.임감독은 "이제까지 춘향과 몽룡은 대부분 원작의 나이보다 훨씬 많은 20~30대가 맡았다"면서 "조군과 이양은 원작 '춘향뎐'에 잘 어울리는 캐릭터"라고 평했다.〈金重基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