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화두로한 두 장편소설이 나란히 선보였다. 전쟁이 낳은 세 남녀의 비극적 사랑을 가족의 관점에서 그린 정소성씨의 '두 아내'(찬섬 펴냄)와 충격적인 살인을 저지른 14세 소년의 내면세계를 통해 따뜻한 가족애의 회복을 다룬 재일교포 소설가 유미리씨의 '골드러시'(솔 펴냄).
분단의 비극적 상황을 보편적 이야기로 다뤄온 정씨의 이번 장편은 전쟁으로 인해 갈라진 두 여자와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살상과 폭력이라는 일반적 전쟁상황보다는 한 개인의 가정 또는 사랑의 파괴라는 관점에서 전쟁을 들여다 보고 있다. 전쟁에 휩쓸린 한 개인이 어떻게 그 파괴력에 대항해나가는지, 어떻게 부부애와 가족애를 지켜 나가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주인공 한철우는 두 여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지식인. 북에 아내(가영)를 둔 채 월남한 그는 새로운 땅에서 또 다른 여인(희애)을 만나 결혼하지만 첫 여인을 잊지 못한다. 결혼과 이별, 또 다른 결혼과 갈등이라는 구도속에서 방황하던 주인공은 결국 월경(越境)이라는 방식을 선택한다. 그것은 심약한 주인공이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짧은 재회.
작가는 이 작품에서 한 개인이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켜내기 위해 분단이라는 틀을 부정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 상황을 그려냈다. 북에 잠입하기전 한철우가 희애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같은 선택의 배경이 잘 드러난다. "나는 정말 전쟁에 무참히 깨어지는 인간이고 싶지 않습니다. 이것만이 나 나름대로 전쟁을 이기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는 한 개인이 전쟁에 맞서 싸우는 길은 바로 '사랑과 가족애의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이 소설에서 전달하고 있다.
'두 아내'가 개인사에 사회적 상황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면 '골드러시'는 한 인간의 어두운 내면적 상황이 더욱 농후한 쪽이다. 왜 14세 소년이 살인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가족관계를 통해 풀어가고 있다.
파친코가게에서 번 돈을 지하실에 숨겨두고 모든 것을 돈과 폭력으로 해결하는 아버지와 종교에 빠져 별거중인 어머니, 정신박약 증세를 보이지만 천진난만한 형, 학교를 거부하고 원조교제에 열중해 있는 누나 등 각자 등을 돌린 완벽한 타인이 바로 소년의 가족배경이다. 이같은 가족상황은 소년으로 하여금 마약과 폭력, 매춘으로 둘러싸여 있는 세계에서 힘과 돈이 절대적인 것이라는데 눈을 뜨게 한다. 결국 소년은 이 '절대'를 손에 넣기 위해 아버지를 살해한다.
작가는 소년의 의식을 끔찍하도록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그의 마음속 깊은 어둠을 좇아간다. 거기에서 작가가 찾아낸 것은 인간에 대한 그리움이다. 빛바랜 가족사진에서 따뜻한 가족애를 느끼는 소년의 표정에서 작가는 구원의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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