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나는 정말 가슴 아픈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온 몸에 매자국이 얼룩진 모습으로 한 어린 아이가 길거리에서 발가벗은채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초등학교 2~3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엄마에게 맞았다고 했다.
전후 사정이야 어쨌든 우선 옷부터 입혀야 한다는 생각에서 아이에게 물어 그애네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아이는 엄마가 또 때릴거라며 잔뜩 겁먹은 표정이었다. 부모는 보이지 않았고, 아이의 가방과 옷이 마루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져 있었다. 아이는 옷을 급하게 줏어 입고는 나의 물음엔 아랑곳 않고 골목 저편으로 달아나 버렸다.
그 아이를 때린 부모님을 만나볼까도 생각했지만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잠깐의 사건에 경황도 없었을뿐 아니라 주제넘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차로 돌아오면서 점점 선명해지는 그 아이의 몸에 나있던 상처자국들을 애써 떨쳐내며··.
얼마전 미국 컬럼바인 고교에서 일어났던 총기 난사 사건, 여기 대구에서 일어난 여교사 폭행 사건 등 일련의 가슴아픈 사건들을 보면서 나는 다시 한번 그 아이를 떠올렸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사랑이 부족한 아이들은 충동적이고 집단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이러한 폭력을 다스릴 수 있는 명약은 사랑밖에 없다고 한다. 교육자 페스탈로치는 모성에 요구하는 단 한가지로 '배려깊은 사랑'을 꼽았다.
5월은 청소년의 달이다. 청소년의 달은 바로 우리가 일상 속에서 지나쳐 버렸던 아이들에 대한 사랑, 즉 이 땅의 아이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랑과 배려를 쏟았는가를 반성하는 달이다.
사랑은 사랑을 받아본 사람만이 베풀 줄 아는 고약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심어주자. 넘치도록 충만한 사랑을 심어주자. '내가 너희들을 사랑하는 것 같이 다른 이들을 사랑하라(Love as I love you)'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대구남부지역 새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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