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외 무기 거래에서 최대 수출국의 하나는 한국이다. 88년 33억달러의 무기를 한국에 수출, 세계2위를 기록한 이래 97년까지 해마다 2~3위를 기록할만큼 우리의 무기 수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처럼 무기거래량이 많아지자 미국의 한국정부를 향한 로비도 활발하다. 97년에는 패트리어트 판촉을 위해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연달아 방한, 압력을 행사했고 그뒤로도 집요한 미국의 대한(對韓)로비 활동은 괄목할만하다.
이처럼 끈질긴 미국의 로비에 비해 우리측은 어쩐지 엉성하기만 하다. 과거 UH60헬기도입이나 대함초계정 도입에서 보듯이 국제시세보다 훨씬 비싸거나 폐선 직전의 배를 도입하고도 꿀먹은 벙어리처럼 항의한번 제대로 못하고 넘기기 일쑤다.
이는 우리가 국제 무기거래의 실상을 너무 모른데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혹시 거래액의 3~5%가 공식화 돼 있다는 리베이트에 발목이 잡힌 탓인지 모를 일이다.
이런 판국에 미국이 우리나라를 전역(戰域)미사일 방어체제(TMD)에 포함시켰다. 한·미·일이 함께 동북아시아를 방어하자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기는 한데 문제는 돈이다.
천문학적인 돈이 있어야 방어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데다 실효성은 떨어지니 "이를 꼭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TMD체제는 북한이 미사일을 쏠때 이를 군사위성에 탑재된 적외선 센서로 감지, 3~4분내에 레이저나 패트리어트로 격추시키도록 돼 있다. 그러나 우리보다 북한에서 멀리 떨어져 시간여유가 있는 일본에서조차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는게 지배적이다.
더구나 북한은 스커드C미사일이나 방사포 등으로 남한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값비싼 탄도미사일을 사용할 공산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렇지만 미국이 TMD에 한국을 포함시킨 이상 신형 패트리어트구입 등 새로운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미국에겐 한국은 혈맹이기 이전에 미국의 입맛에 맞는 무기 시장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신중한 대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