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쟌니 스키키'와 나훈아-이충희(언론인)

입력 1999-05-03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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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대구에서는 두 개의 공연이 있었다. 대구시립오페라단이 대구시와 밀라노시의 자매결연을 축하하기 위한 기념 공연으로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푸치니의 '쟌니 스키키'를 문화예술회관 무대(4월29일~5월1일)에 올렸고, 다른 하나는 경북대 강대 무대(1, 2일)에 오른 '나훈아 콘서트'. 이 두 공연은 새 천년을 목전에 둔 우리 문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 보여 주었다.

한 쪽은 공연 사흘동안 음악 애호가들의 꾸준한 발걸음이 이어져 이태리 성악가와 지역 성악가들의 열창을 감상했고, 또 한 쪽은 입추의 여지없이 꽉 찬 중년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강당을 뒤흔들었다. 특히 나훈아 콘서트는 IMF하에서는 만만찮은 입장료(4만~6만원)임에도 불구하고 밀려드는 입장객들의 차량이 경대교까지 밀리는 북새통을 이뤘다. 전자가 특정 소수의 문화로, 후자는 불특정 다수의 놀이 한마당으로 확연히 구분지어지는 광경이기도 했다.

곧 다가올 새 천년은 문화.예술의 부흥기가 될 것이라고 미래 학자들은 예견한다. 존 나이스비트는 앞으로 예술은 여가를 즐기는 주요한 수단으로 스포츠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며, 정보산업이 발달할수록 예술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재조명하려는 욕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그의 저서 '메가트렌드 2000'에서 지적하고 있다.

예술이 점차 대중화됨에 따라 오페라는 이미 1990년대부터 가장 빨리 대중화되고 있으며 예술품전시회도 '인생의 충만감'으로 받아들이는 관람객이 많아지고 있다.우리나라에서 40~50대를 넘긴 세대는 특정 소수를 제외하면 체면치레로 예술.문화에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차라리 나훈아에 열광한다.

그러나 세계화시대, 문화예술의 부흥기를 살아갈 우리 다음 세대를 새 천년의 주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문화.예술의 향기를 쐬어주어야 할 것이다.

이번 문화예술회관 오페라공연장에서 막이 오르기 전에 초등생 남매를 데리고 온 어머니가 조용조용 '쟌니 스키키'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 관해 설명해주는 광경을 보았다.

하지만 중.고등학생이라곤 음악을 전공하는 예술고생들 뿐이었다문화.예술적 감각은 성인이 되었을 때 필요에 의해서 하루 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오랜시간 훈습을 통해 몸에 배이는 것이며 인격형성에 도움을 준다.

자식들이 말도 배우기 전에 피아노학원으로, 미술학원으로 떠밀어 넣는 부모의 극성은 학년이 높아지면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청소년 연예인에 빠져, 오락에 미쳐 큰 일이라고 걱정한다.

이제라도 공부에 지친 머리도 식혀줄 겸 문화.예술의 현장에 잠시 자녀들을 맡겨두는 습관을 기르도록 해 보자. 부모 세대가 나훈아에게 '앙코르'를 보내는 그 시간에 자식세대는 '쟌니 스키키'에게 '브라보'를 외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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