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관급공사 일괄발주에는 지역 경제계에 대한 시의 '골깊은 감정'이 한몫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레미콘 업계가 대표적이다.
대구시종합건설본부 남동한 본부장은 "시멘트 파동으로 레미콘을 구하기 어려웠던 90년대 초반 지역 레미콘업체들은 대구시와 관급공사 계약을 하고도 물량을 공급하지 않아 공사에 차질을 빚었다"며 "이런 업체들이 이제와서 대구시에 분리발주를 요구할 자격이 있느냐"고 말했다. 건설경기에 불이 붙었을 때 20~30%의 웃돈을 받고 건설업체에 물량을 공급했던 레미콘업계는 당시의 계약위반에 대한 '벌'을 받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종합건설본부 박호경 토목부장은 "레미콘 파동 시절에 계약위반을 밥먹듯이 했던 레미콘업체를 대구시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교량, 하수종말처리장 등 주요 구조물 관급공사에는 레미콘 분리발주를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과거 레미콘 업체들이 대구시 발주 공사에 소홀했던 점을 반성하고 여러차례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며 "과거의 잘못을 문제삼아 업계를 궁지로 몰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부산, 대전, 인천, 광주 등 다른 시도에서도 시멘트 파동을 겪었지만 이를 문제삼아 분리발주를 거부한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다. 경북의 시군청들도 비슷한 사정이다.
대구시가 업계에 대한 해묵은 감정으로 지역 경제를 거꾸로 돌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 건설업계도 대구시에 불만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문희갑 시장이 들어선 뒤 말로는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 지역 기업에 도움을 준 것이 적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지역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대구시가 성서 3차 지방단지 조성 공사 입찰 조건을 집요하게 바꿔 지역업체 수주를 방해했다"며 "대다수 업체는 대구시가 지역 기업을 보호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지하철2호선 공사, 월드컵 경기장 공사 등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공개입찰에서 특정업체를 비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자기 업체의 능력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고 대구시 탓만 하는 것은 경쟁에서 밀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모든 것을 자유경쟁 논리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며 지역업체든 외지업체든 경쟁력 있는 기업에게 관급공사를 줄 것이란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그러나 경제시책을 시장 논리에만 맞춘다면 대구시가 그렇게 외쳤던 '지역경제 살리기'는 지역 이기주의에 귀착되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또 공식적으로 원칙과 자유경쟁을 주장하면서도 시책 추진에 감정을 섞는 일 또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전례가 없는 지역업체 배제론을 마치 개혁인 것처럼 주장하는 대구시의 경제논리는 지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
문희갑 시장을 비롯한 경제시책 추진 공무원들은 무엇이 경제논리인지 다시 한번 '공부'해야 한다. 기술, 시공력이 전혀 없는 기업을 무작정 도와줄 필요는 없지만 가능성을 갖고 있는 기업을 힘 닫는대로 도와주는 것은 시가 할 일이다.
지역 경제에 이로운 행정이 어떤 것인지를 되돌아보고 1~2명의 시청 간부들이 비합리적인 경제시책을 몰아붙이는 잘못된 행정구조부터 고쳐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