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판사의 법사랑

입력 1999-05-01 15:00:00

대구지법 영장.조정담당 이기광(44) 판사는 목발 없이는 단 한발짝도 걸을 수 없는 장애인이다.

이판사는 그러나 거동이 불편한 두다리보다 대전법조 비리 이후 법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눈에 띄게 추락한 사실이 더욱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이판사가 장애인이 된 것은 대구고등학교 2년때. 농약 성분이 든 쌀로 밥을 지어먹은 후유증으로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되고 만 것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의 시간이 1년여 흐른 어느날 그는 하반신 마비가 법관의 꿈을 이루는데 결코 장애가 될수 없다는 용기를 얻었다.

그후 영남대 법대를 졸업(81년)하고 사법고시에 합격(83년.25회)한 뒤 86년 판사로 임관된 이판사는 올해로 법관복을 입은지 만 13년이 되는 연륜있는 법조인이 됐다.

이판사의 얼굴에는 장애로 인한 그늘이 없다. 내성적이고 조용하지만 매사에 긍정적인 성격 때문이다. 걸음걸이가 남들보다 느린 대신 10분 일찍 법정으로 출발하고 남보다 일찍 출근해서 늦게까지 일하는 등 장애 극복을 위해 노력해왔다.

"대전 법조비리 사건때 일부 언론의 과장.왜곡 보도로 법조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법원의 권위와 명예가 실추되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어 안타깝습니다"

이판사는 "권위없는 판사가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릴수 있겠느냐. 또 그런 판결을 어느 국민이 신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판사는 대전법조 비리 이후 법관 생활에 대해 회의를 느껴 한때 판사복을 벗을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판사는 "그러나 이럴때일수록 법관으로서의 명예와 긍지를 갖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라고 믿고 있다"며 "앞으로도 평범한 판사로서의 길을 계속 가겠다"고 말했다.

〈金海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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