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내각제 의지 간접화법 피력

입력 1999-05-01 14:15:00

김종필(金鍾泌)총리는 내각제 개헌 의지가 있는가.김총리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내각제 논의를 중지하자고 합의한 지 20여일 만에 다시 내각제 얘기를 꺼냈다. 지난 30일 제주도에서 열린 편집.보도국장 세미나에 참석한 김총리는 간접화법을 통해 내각제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그는 '새로운 세기의 국가 비전'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내각제의 '내'자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제 이야기가 너무 당위론적이어서 뉴스거리가 되는 발언을 기대했던 분에게는 다소 실망이 될지도 모르겠다'며 비켜서 있는 듯 하던 김총리는 내각제 관련 질문이 잇따르자 '지금 제도 갖고는 참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엔진을 바꿔야 한다' '제도를 바꾸는 데는 혼란과 착오가 있을 수 있으나 자꾸 기피하면 안된다'며 마지 못해 대답하면서도 평소의 소신을 여과없이 밝혔다.

김총리는 연내 내각제 개헌이 가능할 것이냐는 질문에 '8월까지 삼가하기로 얘기해 놓고 떠들면 곤란하지 않느냐'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이같은 태도는 내각제 개헌 의지는 변함없다는 것을 재천명하기 위한 것이다. 김대통령과의 '8월까지 내각제 논의 자제' 약속의 파기나 공론화 재개는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최근 '총재회담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내각제 개헌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밝히고 나서면서 내각제 반대 쪽으로 여론을 몰고 있는데 대한 대응성격이 짙다.

어쨌든 내각제에 대한 김총리의 입장은 어정쩡해 보인다. '내각제 논의 자제령'하에서도 김총리 본인이 내각제의 한 자락을 물고 끊임없이 주변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8월 이후 내각제 개헌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졌을 경우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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