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데이입니다.한 순간이라도 기쁘게 살라는 뜻으로 저에게 장미꽃을 보내주셨군요.
그 꽃을 보며 당신이 과연 재해를 입은 장애인인가 하는 의심을 가졌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고를 당하고도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고 생활하는 모습 속에서 당신은 정신적으로는 누구보다 건강하고, 당신과 같은 건강한 사람이 이 사회를 복지사회로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였구나 라고 새삼 느꼈습니다.
육신이 타인에게 짐이 된다는 슬픈 현실만은 결딜 수 없노라는 당신의 고백은, 받으려고만 하고 주기는 꺼리는 오늘을 사는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는 장애를 안고 사는 사람이구나고 저 자신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당신과 같이 산업전선에서 일하다가 재해를 당하였거나 그런 위험에 노출된 근로자들은 땀을 흘리며, 살갗을 부딪히며 우리나라의 초석을 놓았습니다. 당신과 같은 산재환자들이 공장에서 건설현장에서 흘린 피가 빌딩의 벽돌들을 견고하게 했습니다.
또 한번의 노동절이 되었습니다.
이 땅의 노동자들은 매일 매일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겠지만, 복지와 노동자의 권리가 완전히 구현되지 못한 현실 속에서, 이날 하루만이라도 노동자들이 IMF니 구조조정이니 하는 우울한 현실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이 대가와 희생없이 얻을 수 있는 가치있는 일은 없다고 말하더군요. 가치있는 것 이면에 감추어진 인간의 노력은 가치있는 것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 아닐까요. 당신과 같은 산재환자들이 흘린 땀이 오늘의 선진 한국을 이룬 것처럼요.
당신이 보내신 꽃은 언젠가는 시들어 버리겠지만, 당신이 저에게 보여주신 이해심과 따사로운 정은 저의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입니다.
당신과 같은 이땅의 노동자들은 참으로 힘들게 노력하여 오늘에 이르렀고, 이 땅에서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 참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저와 같은 근로복지공단 직원에게 부여되어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우리 모두가 가야할 길은 아직은 멀지만, 우리가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복지 사회, 노동자가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구호로 그칠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작은 힘이나마 당신과 같은 산업전선에게 불의의 재해를 당한 근로자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사람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은 저와 같은 공단 직원이 느끼는 보람 아니겠습니까.
당신, 노동자의 이름으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99년 5월1일 이 날의 주인이고 이 땅의 주인임을 잊지 말고 자랑스럽게 사십시오.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김정희(근로복지공단 대구남부지사 보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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