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변호사 후보사퇴 파장

입력 1999-04-30 14:47:00

서울 송파갑 국회의원 재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키로 했던 고승덕변호사의 사퇴를 놓고 한나라당이 "강압에 의한 출마포기"라며 강력 반발, 정국경색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 송파갑 재선거의 후보로 고씨를 선택한 뒤 '필승 카드'라며 의기양양했던 한나라당으로서는 후보를 다시 골라야 하는 과제가 남게 돼 이래저래 대여 투쟁강도를 높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고변호사가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의 사위라는 가족관계를 들어 고씨의 사퇴파문은 외압이라는 주장에도 불구 일시적 해프닝으로 끝나 버릴 것이라고 점치는 이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이 재선거 거부 등 강경투쟁을 벌이기에는 강압에 의한 사퇴라는 명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29일 오전 고씨의 사퇴소식을 전해 듣고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일체의 원내활동 중단과 6.3재선거 보이콧 검토 등의 초강경 투쟁을 선언했으며 이날 오후 열린 국회환경노동위에 소속의원들의 불참을 지시했다.

충남 예산에서 소식을 접한 이총재는 "부정과 불합리,몰상식한 행위에는 감연히 대결해 민주주의를 지켜 나갈 것"이라며 고씨의 사퇴를 여권의 비정상적인 행위로 규정했다.

신경식사무총장은 고씨가 자민련 당사에서 사퇴를 발표한데 대해 "북한이 우리 비행기를 납치해 승무원들에게 의거 입북했다고 평양에서 기자회견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 작태"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강경투쟁 방침은 그러나 29일 오후 귀경한 이총재가 총재단 및 주요당직자연석회의를 가진 뒤 다소 누그러졌다.

정부조직법 통과저지를 위해 30일 열리는 국회 행정자치위에는 참석키로 한데다 재선거 보이콧 문제도 여권의 추후 태도를 보며 계속 논의키로 결정했다. 한나라당 고위당직자는 "선거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이 없지 않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재선거 참여를 암시했다.

한나라당의 격렬한 비난에 대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사필귀정"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자칫 정국파행이나 야권 내부 결속다지기의 빌미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민회의 정동영대변인은 "젊은피를 수혈해 가려면 정정당당히 인재를 구해야지 여당 총재의 사위를 보쌈해 가서는 안 된다"고 논평했으며 자민련 이양희대변인은 "가족들의 만류에 자발적으로 제자리를 찾은 게 무슨 압력인가"라고 반박했다.

자민련은 특히 고씨의 출마포기로 장인.사위 간의 진흙탕 대결을 피할 수 있게된 것에 홀가분해 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박철언부총재 등 일부 의원들은 박총재에게 "잘 됐다"며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徐泳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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