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잉 외자유입, 대책 급하다

입력 1999-04-30 14:49:00

외화부족으로 위기에 몰렸던 우리나라가 최근들어 달러가 넘쳐 수출환경악화.통화증발 등의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달러당 원화가치가 약 100원이나 올라 수출의 대외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는 것은 심상찮은 일이다.

가까스로 경제회복의 기미가 보이는 상황에서 외자유입 과잉으로 원고에 의한 수출부진과 통화증발에 의한 인플레현상을 가져온다면 우리 경제는 다시 이전 상태의 침체국면으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더욱이 외환거래가 자유화된 지금 투기성자금의 유입에 의한 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입장에서 달러가 넘쳐나고 있는 현상은 세심한 진단과 예방적 대책의 필요성이 높은 시기라 할 수 있다.

외자유입이 과잉상태를 빚고 있는 것은 월 20억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극내증시의 활황에 편승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예상치를 넘고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외자조달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같은 상태는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투자적격으로 상향조정됨으로써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물이 인기를 모으고 투자펀드들도 한국에 대한 투지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다 경제기초여건이 개선되고 재무구조 개선약정에 따른 재벌들의 자산매각 등을 통한 외자유치계획이 실현된다면 외환시장의 달러공급은 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같은 외화의 과잉유입에 대해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직.간접적 시장개입을 통해 충격완화를 시도해 왔지만 예상을 넘어서는 공급과잉으로 정책의 한계를 느끼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수출경쟁력과 직결되는 환율문제에서 한국은행 실무진은 중앙은행의 개입을 통해 원화절상 압력을 막기보다는 이를 어느 정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수출업계는 3월말에 달러당 1천227원 하던 원화가치가 이달말에는 1천100원대로 오른 반면 엔화는 달러당 120원대를 기록, 비상이 걸렸다.

원.엔의 가치비율이 1대10보다 높아지면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 수출이 불리하게 된다.

게다가 외자급증이 통화증발 요인이 되어 인플레를 촉발한다면 물가와 노임상승의 원인이 되고 역시 수출환경을 나쁘게 할 것이다.

수출이 경제회생을 좌우하는 우리의 입장에선 이같은 여건을 타개할 대책이 시급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외환자유화로 외환시장의 정책수단이 배제되고 있어 문제해결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이를 방치할 수는 없다. 간접적인 정책수단이라도 적절하게 개발해서 비상대책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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