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은 최근 1999년도 세계 경쟁력 순위를 발표하였는데, 여기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이고 한국은 38위로 평가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나 한국은 1997년 30위, 1998년 35위에서 더욱 하락하고 있으며, 이는 말레이시아(27위)나 중국(29위)은 물론이고 필리핀(32위)보다도 못한 것이다.
한때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4마리 용 가운데 하나로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동방의 등불이 어찌하여 이 지경이 되었는가?
한 마리의 용은 이미 하늘 높이 비상하여 신천지로 달려가고 있는데, 또 한 마리의 용(?)은 허황된 거품이 빠지자 추락하여 IMF의 어두운 터널 속을 걷고 있다.
비록 싱가포르와 한국을 동일한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을지라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그들의 국가경영철학이 오늘날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매우 큰 시사를 주고 있는 것 만은 확실하다.
싱가포르의 높은 국가경쟁력은 무엇보다도 '깨끗한 정부의 합리적이고도 투명한 정책'의 산물이었다.
국제투명성위원회(TI)의 98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만점 10점의 부패인식지수(CPI)에서 9.1점으로서 깨끗한 국가임을 세계적으로 공인받고 있으나, 한국은 96년 5.02점, 97년 4.29점, 98년 4.2점으로 계속 떨어져 부패오염정도가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싱가포르는 리콴유(李光耀)와 같은 청렴한 정치지도자들의 깨끗하고 능률적인 정부에 의해 지속적 국가발전과 경쟁력 제고가 가능하였으나, 우리는 전직 대통령들의 부정축재와 그들의 친인척 비리에서 알 수 있듯이 윗물이 썩어 아랫물도 흐리는 부패구조가 모든 사회에 일반화되어 버렸으니 경쟁력 약화와 IMF사태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문제해결을 위한 개혁이 어려운 것도 우리 사회의 부패가 오랜 시간에 걸쳐 구조화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우리들의 부패에 대한 인식 자체가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싱가포르의 번영은 '100년 앞을 내다보는 그들의 미래지향적 사고와 치밀한 준비'로 이루어진 것이다.
필요한 토지 수요를 예측하여 수십년에 걸쳐 간척사업을 추진하고, 여기에다 공원을 조성하여 낮은 건물을 지어 활용하면서 다시 십수년 지반을 다진후 현대식 빌딩도시를 건설하는가 하면, 세계에서 가장 안락한 공항시설에도 불구하고 21세기의 수요확대에 대비하여 제2의 창이 국제공항을 이미 완공할 정도로 장기적 안목과 치밀한 준비를 하는 나라이다.
반면에 우리는 김포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르러서야 신공항 건설에 착수한 것도 문제였지만,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엄청난 예산을 투자한 신공항이 완공도 되기 전에 이미 부실투성이로 드러나 재시공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형편이고, 단군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는 경부고속철도 역시 무계획과 부실로 엄청난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백년대계라는 교육은 개혁의 시대적 필요성과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면밀한 검토와 준비없이 졸속개혁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교육현장을 크게 동요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교육적이고 비생산적인 결과에 대한 우려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21세기 민족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올바른 개혁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아야할 시점에 서 있다.
우리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덮어둔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시간이 없다고 서둘다 보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또다른 문제들만 야기할 뿐이다.
청렴한 지도자가 이끄는 깨끗한 정부가 100년 앞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치밀하게 준비하는 싱가포르의 국가전략에서 우리는 참개혁의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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