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불자 7명 삭발하고 한달 출가

입력 1999-04-30 00:00:00

4개월여전 난투극의 상처를 씻기 위해 새 단장이 한창인 서울 종로구 견지동의 조계사에서는 29일 오전 모처럼 신도들에게 청량감을 주는 이색행사가 펼쳐졌다.

'불기 2543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오색 연등이 수놓인 대웅전 앞뜰에서 전통방식대로 동자승의 수계의식이 펼쳐진 것.

조동권(3)을 비롯한 3~6세 어린이 7명은 삭발을 한 뒤 장삼을 입고 계사(戒師)인 지홍(至弘) 조계사 부주지로부터 삼귀의 계(佛·法·僧에 귀의하는 계율)를 받았다.

서슬 퍼런 삭도(削刀) 대신 전기 이발기가 검은 머리채를 떨궈나갈 때마다 동자승들은 합장을 한 채 속세의 인연을 끊는 의미를 되새겼고, 잿빛 장삼을 걸치며 동자승으로 계율을 지켜나갈 것을 서원했다.

비록 한달간의 '한시적' 출가(出家)이긴 해도 동자승들은 단단히 발심(發心)을 한듯 의젓했고 오히려 뒷자리에 앉은 어머니들이 생이별을 당하는 것처럼 눈물을 쏟았다.

지금까지 쌓여있던 업장(業障)들을 소멸하기 위해 팔뚝에 향을 꽂고 태우는 연비(燃臂)의식이 진행될 때도 동자승들이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은 반면 어머니들은 안타까움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조동권(이하 법명 香正)·김태준(心常)·임대성(西香)·김민상(奉善)·김효준(淸印)·한준구(宣智)·한제성(南靜) 등 7명의 동자승은 지홍 스님으로부터 계율과 법명이 담긴 계첩을 건네받고 사부대중에게 합장을 올렸다.

이들은 조계사 어린이회원 가운데 뽑힌 열성 '꼬마 불자(佛子)'들로 부처님 오신 날 봉축행사가 끝날 때까지 일과시간을 조계사에서 지내며 각종 법회와 위문행사, 거리축제 등에 마스코트로 참여하게 된다.

조계사에서는 해마다 동자승을 선발해 각종 행사에 활용해왔으나 전통의식대로 삭발 수계의식을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