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지사 사택폐쇄 의혹 증폭

입력 1999-04-29 14:25:00

고관(高官) 절도사건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 유종근 전북도지사의 서울사택을 폐쇄한 조치는 이유가 어디에 있든 국민적 여망을 저버린 행위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은 김강용의 절도행위 그 자체도 물론 문제이지만 그보다 그의 절도행각으로 밝혀진 유도지사를 비롯한 장관.경찰서장 등 고위 공직자들의 '피해 정황'이 국민들의 상식으론 이해하기 힘든 의혹이 있다는데서 문제의 사단이 불거진 것이다.

말하자면 이번 사건의 본질은 고관집에 그 많은 현금이 왜 있었으며 그 출처가 과연 어떻게 된 것인지가 국민적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기에 그걸 규명하자는데 있다 할 수 있다.

게다가 검.경이 처음부터 이 사건을 그야말로 정당한 법절차에 따라 처리했으면 상황은 달라졌다. 그러나 경찰이 제대로 수사도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사건송치를 독촉해 절도미수 1건만 기소하고 나머지는 수사조차 않고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에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던 것이다.

거기에는 필경 어떤 공개못할 사연이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이 불거진 경위는 수사과정에서 흘러나온게 아니라 절도범 스스로가 '내가 고관집을 털어 엄청난 액수를 훔쳤는데 검.경은 오히려 줄이고 있다'는 취지의 희한한 제보가 야당인 한나라당에 감으로써 밝혀진 것이다.

유도지사의 12만달러 존부가 최대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도난피해액인 현금 3천500만원의 출처에 수사초점이 모아진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그 현장인 사택을 치워버렸다. 이유는 '12만달러에 대한 존재근거가 없고 검.경이 이미 3차례 다녀갔으며 피해자를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려는 정치적 음모'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가 피해자라 해도 이런 상황에서 유지사가 사택을 폐쇄한건 한마디로 그 스스로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자초했다고 할 수있다.

그가 자칭 정치인이라 했고 결백하다면 국민들의 의혹을 스스로 풀 기회를 파기한 것이나 다를바 없다.

더욱이 법무장관이 국회에서 현장검증을 약속했고 검찰이 요구하는 현장보존을 파기한 행위는 국회를 무시하고 공권력에 반발내지 도전적인 '독선'이라 규정짓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자칭한 정치인은 국민들의 의혹을 산 행위에 대한 결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할 의무도 있다고 볼때 이를 저버린 처사로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더욱이 수사가 종결안된 '피해현장'은 수사의 결정적 단서이고 그 보존여부는 검사의 지휘에 따라야 한다. 이 돌출행위는 자칫 국민들 눈에 현정부실세의 오만과 독선으로 비춰질 수도 있음을 유지사는 유념, 검찰의 원상복구에 응하고 공개검증을 받아 그가 주장하는 무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옳은 처사가 아닐까 여겨진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