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큰정치 물건너 갔나

입력 1999-04-29 14:26:00

청와대는 비공개키로 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영수회담 발언내용을 공개해버리나 하면 국민회의는 고관절도사건을 증거도 없이 야당의 기획절도로 모는 등 상식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어 여야가 약속한 큰 정치는 물 건너 간 느낌이다.

청와대는 이총재가 최근 임기말 내각제 개헌은 반대하지만 연내 개헌은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놓고 "이총재가 정책적 비판을 하는 것은 좋으나 꼼수로 여당을 교란하려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왜 이총재는 영수회담서는 내각제개헌 반대를 주장하다가 이제와서는 왜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느냐 하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당의 정치적 행위를 보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큰 정치 하기는 틀렸구나하는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선 프렌시스 후쿠야마의 신뢰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정치에서도 경제에서도 신뢰가 약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그에따라 비효율이 따르는 것은 이제 상식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이렇게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해 놓고 공개 해버린다면 이는 바로 정치에 있어 신뢰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청와대의 주장대로 야당 총재인 이총재가 내각제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꼼수를 썼다면 이를 이렇게 비난하는 여당 역시 꼼수를 썼다. 따라서 이땅에는 꼼수정치만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잖아도 정치개혁이 초미의 관심사인데 정치는 언제 달라지려고 이렇게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지 모르겠다.

최근 집권여당은 야당인지 여당인지 모를 발언이 많이 하고 있다. 이는 국정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외 아무 것도 아니다. 고관집절도사건이 터지자 아무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채 이는 야당이 기획해서 저지른 기획절도라고 공식적으로 발언하나 하면 3.30 재.보선에 있어 소위 동네특위문제를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하자 법준수에 솔선해야 할 여당이 이를 비난하는 발언도 하고 있다.

정말 여당으로서 해도 되는 일인지 할 수 있는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여당이라면 결과에 책임을 져야하는 무거운 책무가 지워져 있음을 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아직도 위상은 여당이고 행동을 야당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번 일도 큰 정치를 하자고 여야영수가 모여 약속한 것이 지난 3월 17일로 달반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정치개혁을 한다고 하면서 야당도 아닌 여당이 비신사적이고 비개혁적인 태도로 나와도 되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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