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대화록 요지

입력 1999-04-28 14:42:00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5대 재벌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27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정부·재계·금융기관 간담회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만찬이 진행되는 동안 김대통령은 김우중대우회장에게 "유럽에서 대우차 수출이 많이 된다는 데 얼마나 잘 되느냐"고 물었고 박대변인의 표현에 따르면 김회장은 신나게 설명했다는 것.

또 정몽구현대회장에게 자동차사업 현황을 묻자 기아와 현대차의 규모를 자랑했으며 손길승 SK회장에게는 이동통신 시장, 이건희삼성회장에게는 반도체 시장에 대해 질문했다. 구본무LG회장에게는 "반도체 빅딜이 성사되도록 협력한 데 대해 감사한다"며 주력사업을 물었고 구회장은 "데이콤을 인수 운영할 계획"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다음은 만찬 이후 대화록.

▲김대우회장=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시간이 늦어져 대통령께 송구하다. 연말까지 약속을 이행할 것이다.

▲손병두 전경련상근부회장=외자유치에 유리하도록 채권은행이 출자전환과 금리조정 등에 협조해 달라. 빅딜시 동일계열 여신한도초과분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 달라.

▲박태준자민련총재=5대 재벌의 구조조정 성과에 경의를 표한다. 50년 내외의 전통 때문에 누적된 게 많을텐데 개혁하는 데 상상을 초월하는 일을 해 많은 고생을 했다.

▲김영배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오늘의 아픔이 결과적으로 내일의 국가적 영광으로 승화할 것이다. 대통령의 개혁에 동참하는 것이 이 시대의 사명이다.

▲김대통령=오늘은 1차 점검을 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국민과 국제여론은 5대 그룹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고 결국 안될 것이라는 의혹도 가졌었다. 그러나 오늘 회합으로 진일보한 합의와 약속을 했다.

아직 반신반의가 많을 것이나 기업 구조조정은 기업과 국가 양자의 사활문제이다. 정부는 자구노력과 자기개혁을 하는 기업을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5대 재벌과 채권은행에 대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불이익을 주고 신상필벌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에는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도 단행해야 한다.

21세기는 노동자와 기업가가 운명공동체로 국제시장에서 기업을 살려야 한다. 노동자는 이윤이 남았을 때 배분을 요구할 수 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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