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의 3대도를 꼽는다면 임꺽정, 일지매, 홍길동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훔친 재물의 규모나 수법으로는 이들보다 월등한 도둑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도둑행각만이 지금까지 전설처럼 전해올만큼 단연 두드러진다.
그들이 악질 세도가와 부호들의 집을 턴 것이나 관아의 추적을 신출귀몰하게 따돌린 수법은 소설, 영화, TV드라마로 수없이 되풀이해도 언제나 흥미를 끌 정도다.
최근들어 나타난 몇몇 범죄자들은 우리 시대에도 이같은 전설(?)이 생겨날 것 같은 예감이 들게한다.
다만 이들의 경우 흥미보다는 너무나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고관대작들과 부호집을 털었다는 이른바 대도 조세형에 뒤이어 김강용이 나타나 2대도로 부를만하게 됐고 11년간 잡히지 않는 고문경관 이근안, 3년째 경찰수사망을 피해다니는 무기형탈옥수 신창원은 그 신출귀몰함으로 불사조란 별명이 붙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대도와 불사조가 자꾸 늘어나는데 있다. 우리 사회지도층의 정신적 부패를 상징하는 병무비리 사건이 불거지면서 이미 도피중인 이 사건의 핵심인물 국방부 합동조사단소속 박노항 원사가 또 한명의 불사조로 추가된 것이다.
벌써 2대도-3불사조의 전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 조선조 3대도가 설쳤던 시기는 정치의 혼란과 지도층의 부패가 극에 달했던 시대다.
이 시대의 2대도도 그들의 파렴치 절도행각에서 지도층의 부패를 노출시킨 것이다. 신출귀몰·불사조라지만 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 피신의 조력자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들은 소설속의 홍길동이 아니다. 그만큼 꼭꼭 숨겨줄 수 있는 능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범죄자와의 이해관계로 숨겨주는 힘이 커짐으로써 대도와 불사조가 늘어나는 사회는 분명 역리(逆理)의 사회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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