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권력구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총재는 26일 의원총회에서 "지금 여권 내부에서 나오는 개헌논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임기말에 내각제개헌을 해서 공동정권이 장기집권하는 터전을 마련하려는 음모"라며 "한나라당은 대통령제 헌법을 지키겠다"고 주장했다.
때맞춰 자민련 쪽에서는 김용환수석부총재가 이총재를 만나 한나라당과의 내각제 연대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사실이 흘러 나왔다.
김부총재는 지난달 초 이총재를 만나 "내년에 정권에 승부를 걸 수 있는데 3년이나 더 기다릴 필요가 있느냐"며 내각제개헌에 대한 한나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총재 측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따로 만났다"며 비밀회동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신경식총장이 지난 주말 '내각제 검토발언'을 통해 여권내부의 권력구조 논란 재개를 시도했다. 이총재의 발언은 당내외를 모두 겨냥한 것이다.
특히 그가 신총장 발언 파장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서둘러 권력구조 논란에 뛰어든 것은 당내 내각제론의 확산을 막고 대통령제로의 당론을 모으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되고 있다.
차기 대선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이총재로서는 권력구조 논란이 본격화되는 양상을 보이자 내각제개헌론의 당내 확산을 조기에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또 향후 내각제정국의 결정적인 열쇠는 개헌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는 자신이 쥐고 있다는 점을 새삼 환기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이총재가 연내 개헌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것은 자민련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즉 김대통령의 임기말 개헌은 장기집권 음모로 반대하지만 연내개헌 논의는 가능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총재는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권력을 잡았다고 정파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권력구조가 변경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자민련은 '이총재의 발언이 결국은 내각제개헌 공론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8월까지 내각제논의 중단이라는 DJP간 합의때문에 공식반응은 삼갔다.
그러나 이총재의 발언의도가 '여권내부 교란용'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말한마디 한마디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민련의 이같은 대응에는 내각제를 고리로 한 자민련과의 연대가능성을 드러내긴 했지만 이총재의 본심은 대통령제 고수 아니냐는 분석이 바닥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徐明秀기자〉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