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길정무 '정계개편론' 의미와 파장

입력 1999-04-23 15:04:00

'큰 틀의 정계개편론'을 피력한 김정길청와대정무수석의 22일 발언은 여권의 전국정당화 구상을 구체화한 것으로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수석의 발언은 총론적인 측면에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전국정당화 의지를 재확인해 준 데 불과하다. "지역분할구도를 깨고 불신받는 정치구조를 혁파하기 위해선 큰 틀의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고 한 김수석의 이날 발언은 DJ의 평소 지론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문제는 그 방식에서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전제로 깔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과 이념 중심의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거나 "한나라당에도 이념 등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밝힌데서 드러나 있다. 대구.경북 혹은 부산.경남권과의 연대설까지 재부상시키는 형국이다. 지난 3월의 여야 총재회담을 통해 야당의원 빼내기 식의 정계개편을 중단키로 합의한 이후 정당명부제 도입 등 정치제도 개혁에 주력해온 여권의 행보에 변화조짐을 감지할 수 있다.

정치권 파문을 의식한 듯 김수석 본인은 물론 박지원청와대대변인도 서둘러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고 거듭 해명하고 있으나 발언 장본인이 DJ의 정무담당 참모란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교감이 이뤄졌을 가능성 쪽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오는 8월 국민회의 전당대회는 창당에 버금가는 형태로 가는게 바람직하다"고 한 김수석 발언은 김영배총재권한대행이 앞서 수 차례나 강조해 온 사실을 재부각시켰다는 점에서도 엿보인다. 결국 전당대회를 큰 틀의 정계개편을 위한 사전포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수석 발언은 또한 선거제도 협상과 내각제 개헌 등으로 뒤숭숭한 정치권 기류와 맞물려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선거구제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야당을 겨냥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나라당 비주류 측을 의식, 정계개편 카드를 내비침으로써 야당을 흔들어 보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을 수 있다.

내각제 연기론 쪽으로 자민련을 압박하기 위한 계산도 갖고 있을 것이다. 김수석이 양당간의 단순한 합당에 반대한다거나 정계개편 시기와 관련, 내각제 문제가 매듭지어지는 시점이 될 수도 있음을 밝힌 대목이 주목된다.

때문에 자민련의 경우 개헌론을 강력 고수해 온 충청권 등의 주류는 자신들과의 결별을 위한 수순 혹은 내각제를 무산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등 잔뜩 경계하는 분위기다. 반면 차기 총선에서 위기감을 갖고 있는 대구.경북권 등 비주류 일각에선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등 반기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야당 파괴를 겨냥한 동시에 여권내 내각제 갈등도 덮기 위한 음모라는 등 강력 비난하고 있다. 안택수대변인은 "여권은 입만 열면 정계개편 얘기고 눈만 뜨면 내각제 논란을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국민회의는 파문의 조기진화를 서두르고 있으나 일부에선 공감하는 기류도 포착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여권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창당의 정신으로 정치개혁에 나서야 하는 당위성과 맥이 닿아 있다"고 해석했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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