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가 본 후배들

입력 1999-04-23 14:02:00

"대학문화요, 그런 거 없는 것 같아요"대학가에서 13년째 서점을 경영하고 있는 우정욱씨(34·나우북스 대표). 우씨는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86세대다. 그는 "대중문화와 차별적인 대학문화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80년대 대학생들의 주된 관심은 사회와 역사였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자기 계발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한마디로 '개성'을 중시하는 세대지요"

민주화 운동의 시대였던 80년대. 그 운동의 한 복판에 있었던 대학생들의 관심은 '내 자신의 장래'보다는 '역사와 사회'였다. 민주화라는 대학생들의 공통의 목표가 사라지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장래문제, 개성에 눈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IMF사태가 가져온 취업난은 자기계발, 즉 대학생들의 몸값 높이기에 대한 관심을 촉진시켰다는게 우씨의 진단이다.

이 같은 변화는 책읽기의 세대차에서도 극명히 드러난다. 우씨가 처음 서점을 시작하던 80년대 후반 전공에 관계없이 대학생들의 독서 소재는 역사 철학 사회과학이었다. 요즘은 인문사회과학 전공 대학원생이나 이들 서적을 찾을 뿐이다. 각종 자격증 수험도서와 외국어 컴퓨터 서적이 전공에 관계없이 모든 대학생들이 찾는 베스트 셀러다.

느슨해진 선후배 관계도 요즘 대학가의 특징이다. 학부제 실시이후 학생들 사이에 과에 대한 소속감이 줄어 든 탓이다.

"전공에 따라 대부분 정해진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관심과 취향에 맞춰 수강 과목을 선택합니다. 같은 학과 선후배 동기들과 유대감을 느낄 기회가 예전같이 많지 않죠"

우씨는 99년의 대학을 새로운 대학문화의 모색기로 정의한다. '님을 위한 행진곡'으로 상징되는 80년대 대학문화. 요즘 대학생들은 그들의 선배들이 불렀던 민중가요를 더 이상 애창하지 않는다. 그들은 '민중과 민족'이 사라진 빈자리를 메울 그들만의 문화를 찾고 있다.

〈李鍾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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