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위기의 노사정위 해법

입력 1999-04-23 14:32:00

노동계에 이어 지난주 사용자측도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결의함으로써 그동안 위기극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로서의 노사정위가 출범 15개월만에 사실상 해체위기를 맞게 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 19일부터 민주노총산하 서울지하철 노조의 파업에 이어 산하 22개 노조들이 단계적인 총력투쟁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춘투가 본격화되어 기사회생의 한국경제에 또다시 먹구름이 일고 있다.

재계가 노사정위 탈퇴를 선언한 이유는 정부가 사용자측을 '왕따'시킨 채 근로시간 단축 및 특히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 폐지를 노동계와 합의했기 때문이다.

노사간에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슈들을 노사정위에서 논의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노동계 달래기 작전으로 노정간에 밀약을 했다면, 정부는 상호신뢰와 합의를 생명으로 하는 노사정위의 기본원칙을 파기한 것인 바, 지금부터라도 사회의 공익우선 원칙하에서 노사정위가 사회적 합의기능을 원만히 수행할 수 있도록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사항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문제이다. 이 문제는 사실 1년여의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장단점이 검토·정리되어 97년 3월에 3당 합의로 이루어진 것이다.

노조전임자가 회사 일을 하지않고 조합업무에만 종사하면서 회사에서 임금을 받는다는 것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어긋나고 필요이상으로 전임자수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임자수는 1만5천여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일본이나 미국, 독일 등에 비해 지나치게 많고, 복수노조의 설립이 가능한 2002년부터는 전임자 수가 대폭 증가될 것이고 이것이 노사관계의 성격여하에 따라서는 엄청난 노사갈등을 야기시킬 수도 있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고 또한 외자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 등에서 이 조항의 폐지문제는 원칙적으로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조항은 기업별 노조조직의 운영과 확장에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산별 노조체제로의 전환을 촉진시킬 수 있다.

노사정위가 복원되어서 논의 되겠지만, 절충안으로서의 현재의 위기극복과 산업평화의 달성을 위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여부를 이슈로한 쟁의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법제화하고 이를 노사자율로 해서 단체교섭사항에 포함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는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의 고용창출효과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이 업지 않지만,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하에서 고용안정과 창출, 근로자 사기저하 방지와 생산성 향상, 근로생활의 질 향상 차원에서 정부의 고용조정 지원제를 활용하면서 직무공유제와 같은 방법을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임금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노무비 상승을 가져오므로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고, 임금삭감여부는 기업의 지불능력이나 재무적 상황 등을 고려해서 노사 자율에 맡김과 동시에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수 있다.

아무튼, 노사는 노사정위에 복귀해서 급변하는 세계 시장과 국제 노동계의 보편적인 추세 및 한국적 상황을 냉철히 인식하고, 한 배를 타고 간다는 공동체적 사고아래 대승적 차원에서 제 이슈들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21세기를 향한 노사개혁의 기본방향과 틀을 견지하면서 어느 한쪽에 편향됨이 없이 공정한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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