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문화갈증만 더한 '명성황후'

입력 1999-04-21 14:11:00

"어! 이거 서울하고 다르잖아"서울 대형 공연물의 지방공연에서 자주 듣는 관객의 소리다. 캐스팅이 바뀌고, 무대장치가 빠지고, 또 연기자가 '펑크'를 내 통째 한토막을 드러내기도 한다.

뮤지컬 '명성황후'(16~18일)는 모처럼 대구서 볼 수 있는 스펙터클한 무대였다. 그러나 서울공연과 비교해 보면 대구시민회관 대공연장의 협소한 무대와 시설 미비로 '감동 100%'를 맛볼 수 없었던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서울 공연(3월 19일~4월 5일·예술의 전당) 도입부분의 원폭폭발 영상장면이 대구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다. 이 장면은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던 일본 군국주의와 명성황후 시해를 연결시키는 중요한 연결고리. 공연기획자는 "시민회관의 영사시설이 안 돼 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첫 부분 경복궁의 미니어처가 떠오르는 장면도 빠졌고, 이양선(夷洋船)이 나타나 조선관군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는 이양선이 2척(원래는 4척) 밖에 등장하지 않았다. 이외 일본을 상징하는 태양이 그려진 차양막 등 스펙터클한 무대를 연출하기 위해 새로 만든 무대 장치들이 상당수 빠졌다.

서울공연때 관객들이 탄성을 자아낸 이층 무대 장면을 볼 수 없었던 점이 특히 아쉬웠다. 위에는 평화로운 조선 왕궁의 모습을, 아래는 미우라 일당의 '여우사냥'(명성황후 시해의 암호) 계획 장면을 배치, 스펙터클한 맛을 극대화시켰던 장면이다.

기획자는 "대구시민회관의 무대가 서울 '예술의 전당' 보다 10여m나 좁고, 천장의 무대장치 지지대(바톤)도 모자라 원래의 웅장하고 현란한 맛을 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바톤이 20개 이상 필요했음에도 시민회관 무대에는 절반정도 밖에 안됐다는 것.

게다가 서울 공연보다 입장료가 1만원씩 비싸, 관객들은 '지방'이란 불리함을 이번에도 톡톡히 실감해야 했다.

시설미비의 '낙후'된 공연장에서 '비싼' 입장료를 주고 보면서도 '뜨거운' 반응을 보인 대구 관객의 '문화 갈증'이 안타까움을 더해준 공연이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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