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새로운 윤리체계

입력 1999-04-21 14:48:00

인기리에 종연된 드라마 '청춘의 덫'은 십수년전에 방연한 작품을 지금 감각에 맞추어서 개작한 것이다. 초연작은 그 시대의 윤리관념을 뛰어 넘을 수 없어 주인공 윤희의 행복을 보장해 주지 못했다고 한다.

O양의 비디오 사건도 윤리의 잣대 앞에서 심한 찬반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국내 여론은 대체적으로 동정적임을 보여 준다. 누구나의 일을 가지고 왜그러느냐는 것이고,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극히 개방적인 사회인 스웨덴에 거주하는 한 주부가 이러한 분위기를 개탄하고 있음이 오히려 이채롭게 보일 정도다.

채털리부인의 연인 등 시대의 윤리를 뛰어 넘는 작품들이 온갖 박해를 무릅쓰고 역사의 새 장을 열어 온 사실들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알고 있다. 다만 지금 직면한 문제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인지 알 수 없음이 괜스레 불안하다고 할까.

혹자는 한국은 조선조의 윤리체계가 무너진 후 일제 36년, 6.25전쟁, 그 후의 많은 정변들 속에서 허둥대다 새로운 윤리관을 정립 못한 채 살아오고 있다고 한탄했다. 한국의 진정한 문제가 여기에 있다고도 한다.

한국에 지금 윤리체계란 게 있는가. 없어도 괜찮은가. 함께 생각해 볼 일이 아닐까 해서 문제 제기를 해 본다.

金 英 夫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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