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에는 굽이마다 생명이 흐른다'

입력 1999-04-20 14:05:00

많은 사람들이 '동강은 흘러야 한다'고 말한다. 동강에는 굽이마다 생명이 흐르기 때문이라고.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화두가 된 동강. 강원도 오지에 있는 작은 물줄기가 아니라 환경과 개발, 자연과 파괴라는 우리 시대의 가장 민감하고 첨예한 가치적 대립의 한중간에 놓여 있는 물흐름.

동강에 관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문인, 사진작가, 생태연구학자, 환경운동가, 동강주변 주민이 공동으로 만든 '동강에는 굽이마다 생명이 흐른다'가 도서출판 다른세상에서 나왔다.

잊혀진 고향과 생명, 삶에 대한 기록인 이 책은 개발과 보존의 논란속에서도 여전히 시원(始原)의 유유한 흐름을 잃지 않고 넓은 땅을 적시는 동강의 이모저모가 담겨 있다.

시인 신경림 이하석 김용택씨를 비롯 사진작가 심병우 박보하씨, 임경빈 신유항 원병호 김익수 이남숙교수, 백룡동굴 지킴이 정무룡씨, 환경운동가 최영철씨, 자연주의 여행가 박노익씨, 영월저널 최홍식대표 등 많은 사람들이 책을 만드는데 힘을 보탰다.

시인 신경림씨는 "이 나라에 넘치는 땅의 향기가 갑자기 악취로 바뀌어서는 안된다/ 더 많은 것을 낳으면서 더 많은 것을 기르면서 더 많은 것을 살리면서/ 흘러라 동강, 이 땅의 힘이 되어서"라고 노래하고 있다.

길이 60km의 장대한 물줄기 동강의 정체는 무엇이며, 무슨 일이 있었고, 일어나고 있을까? 이 해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동강의 지리적, 지질학적 상황에서부터 강물따라 흘러온 이 땅의 역사와 숱한 이야기들, 동강 사람들의 소박한 삶의 표정, 동강에 의지해 생명의 끈을 유지하고 있는 자연의 신비로움까지 종합적으로 분류해 잡지식으로 정리했다.

동강유역의 곤충, 조류, 나무, 어류생태계와 석회암지대 식물분포와 보존가치 등 학술적인 연구보고서도 왜 동강이 흘러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고 200여컷의 사진은 동강 지키기에 발벗은 주민들의 애타는 목소리를 대변해주고 있다.

책 말미에는 동강을 보기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트레킹, 래프팅, 등산, 산악자전거 코스까지 상세히 적어놓았다.

동강에는 노랫가락이 흘러 넘친다. 아라리로 시작해 아라리로 끝나는 이 강에는 떼꾼들의 처연한 삶의 편린이 떠다니고, 못다한 사랑의 애절한 사연이 흐른다. 500여곡에 이르는 정선 아라리. "아라리 사연이 계속 구성진 노래에 실려 쉼없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동강은 흘러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徐琮澈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