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조현춘(경북대교수·심리학)

입력 1999-04-20 14:10:00

원칙적으로 이 세상은 모든 사람에게 꼭 같은 양의 희노애락을 주며, 하고 싶은 말의 양은 모든 사람이 꼭 같다. 그런데 나는 수시로 사랑한다, 좋아한다, 미워한다, 화난다, 죽이고 싶다는 말을 하여 이해받고 사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말을 하지 않아 이해받지 못하고 산다.

이해받지 못하고 사는 것이 이미 정신병이다. 길거리의 술주정은 이해받고자 하는 마지막 발악이며, 상당히 심한 수준의 정신병이다. 육체적 질병에 비유하면 말기암과 같다. 이런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술주정을 하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술주정을 하게 된다. 가족에게 하는 술주정은 정신적으로는 이미 사망상태이다. 길거리의 술주정에 대해 자신은 물론 가족들도 말기암 환자처럼 간병하여야 한다.

간병요령은 "당신이 어떻(게 하는)구나. 그래서 지금 나의 심정은 어떠하다"라는 말로 하루 한시간 이상씩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대화하는 것이다. 이 말은 마음을 통하게 하고 심정을 맑게 하는 심정언어이다. 아주 간단한 말 같으나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부부간에, 부모자식간에, 친구간에 말이 통하지 않고 말하기 싫은 답답한 세상에서 벗어나 참으로 마음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은가! 산성비는 땅을 풍요롭게 하지 못하며, 순간적인 폭우는 땅을 적시지 못한다. 잘못된 말은 아무리 많이 해도 마음이 통하지 않으며, 아무리 잘 하는 말이라도 많이 하지 않으면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 말을 많이 하되 잘 하고, 잘 하되 많이 하면 마음이 통하는 참된 행복 세상이 창조된다. 행복하십시오.

〈경북대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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