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우 구조조정의 교훈

입력 1999-04-20 00:00:00

5대그룹 중 부채비율 감축과 업종 전문화추진에서 정부의 불만을 샀던 대우그룹이 획기적 구조혁신방안을 발표해 재벌개혁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우의 이번 구조조정 발표로 비슷한 처지에 놓인 현대그룹의 구조개혁도 상당히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재계 1, 2위의 두 그룹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게 되면 재벌개혁이 전반적으로 촉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우측의 결단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만도 연간 3천억원이상의 흑자를 냈고 앞으로 2년간의 일감까지 확보하고있는 알짜기업인 조선부문을 포함한 자동차 버스-트럭-엔진 부문등 핵심계열사를 대거 해외에 매각키로한 것은 대우로서는 뼈를 깎는 결단이라할 수 있다.

그러나 재벌기업의 엄청난 부채가 은행부실과 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가져오고있는 현실에서 부채비율을 줄이기위한 제살깎기와 같은 피나는 조치 없이 이를 해결할 수는 없다.

문어발식 경영도 변화하는 시장여건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한가지도 우위를 갖지못하면서 빚을 얻어 업종을 불려나가는 것이 방만한 경영의 핵심요인이 되어왔던 사실은 업종 전문화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우가 이번 구조혁신 방안에서 자동차.금융.무역만 남기는 것으로 돼있으나 실제론 자동차업종 한개를 축으로 업종 전문화 체제를 갖춘 것은 대우 뿐아니라 재벌의 업종 전문화와 관련 혁신적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대우그룹의 이같은 방안이 재벌구조조정의 획기적 방향전환을 암시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긴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자산매각에서 매각의 구체적 내용이 밝혀짐으로써 외국자본가들과의 거래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시한과 가격선까지 제시해놓은 상태에서의 거래는 팔려는 측에 심리적 압박을 가져오기 쉬운 것이다. 결국 제값을 받지 못하면 국부의 유실을 가져오는 결과가 되고말 것이다.

손해 보는 매각을 피하려면 정해진 시한내의 처리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되면 지난번 미국의 제너럴모터스와의 외자유치협상 때처럼 발표만 해놓고 성과는 없는 전례를 되풀이할 따름이다.

아무리 계획이 좋더라도 실현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또 일본 등 외국자본에 기업을 매각할 경우 현재와같은 고용수준을 유지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매각과정에서 고용문제도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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